상징성→상업성, 국산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2.01.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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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밀리칸주 2번째 퇴장…최근 상업성공 기대 큰 신약 나와

2001년 개발된 국산 3호 신약인 동화약품 (8,150원 ▲90 +1.12%)의 '밀리칸주'가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반면 2010년 개발된 국산 15호 신약 보령제약 (9,740원 ▲140 +1.46%)의 '카나브'는 발매 10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상업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산신약 개발의 방향도 신약기술 보유라는 '상징성'에서 실질적인 '상업적 성공'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01년 개발한 국산 3호 신약 간암치료제 밀리칸주의 시판허가를 최근 자진 취하했다. 동화약품은 임상3상 시험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신약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보고 임상시험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밀리칸주 연구개발비 43억원만 날리게 됐다.

국산신약 중에서 시장성이 없어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CJ제일제당은 국산 7호 신약 슈도박신주(농구균예방백신)의 허가를 자진취하했다. 2003년 허가를 받은 이 신약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개발된 국산신약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국산 1호 신약 선플라주의 매출은 거의 없고, JW중외제약의 큐록신, LG생명과학의 팩티브, 종근당의 캄토벨 등의 매출도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

여재천 신약개발조합 상무는 "당시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대한 기초기술을 익히는 단계로 보면 된다"며 "시장성을 고려해 신약개발에 나선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을 신약으로 현실화하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2005년 이후 개발된 신약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과거보다는 양호해졌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등 상당수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상업성을 고려한 신약개발은 최근 들어 더 뚜렷해지는 추세다. 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고혈압신약 카나브는 지난해 3월 발매한지 10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는 국내 의약품 중 가장 큰 시장인 고혈압치료제라는 점에서 상업적인 성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7호 국산신약인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와 18호 국산신약인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신약의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해외 경쟁 제약사들의 신약후보물질이 어떤 것인지, 기존 의약품에 비해 얼마나 효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파악할만한 정보력과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해외 정보 장악력이 좋아졌다"며 "해외 제약사들과 정면승부를 하든지 틈새시장을 공략하든지 각자 상황에 맞는 신약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신약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생명과학진흥과장은 "시장·기술 동향과 의료 수요 현황 등을 종합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잠재성이 큰 전문 특화 분야를 발굴해 이 정보를 국내 제약사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재천 상무는 "복제약을 만들던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든 것은 물질특허가 국내에 도입된 1980년대 후반"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20년이 넘는 동안 신약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축적해 온 만큼 방향만 잘 잡으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신약도 많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방안]
↑ 자료:복지부↑ 자료: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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