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男, '티몬' 창업자 스카우트 하겠다며…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2.01.19 05:00
글자크기

과학영재학교 1기 동기 셋 '아이디인큐 창업'…티몬으로부터 오히려 엔젤투자 받아

#2011년 8월, 25세 청년은 학교 선배가 있는 티켓몬스터를 찾았다. 선배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다. "형, 우리와 함께하자." 창업구상을 듣는 형은 내내 피곤한 모습이었다. "어제 (신)현성이하고 밤늦게까지 술 마셨더니 피곤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신 대표하고 잘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소셜커머스 업계가 인력 전쟁이 심하지만 창업자를 스카우트하러 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였다.

↑아이디인큐 창업자 3인방. 왼쪽부터 추승우 개발이사, 김동호 대표, 이성호 사업이사. 이들은 모두 1987년생, 올해 만으로 25세다.↑아이디인큐 창업자 3인방. 왼쪽부터 추승우 개발이사, 김동호 대표, 이성호 사업이사. 이들은 모두 1987년생, 올해 만으로 25세다.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신현성 대표와 권기현 본부장을 '형'이라고 부르는 젊은 창업가들이 있다. 지난해 초 '아이디인큐'를 창업한 김동호 대표, 이성호 사업이사, 추승우 개발이사다. 그들은 모두 1987년생, 올해 만으로 25세다.



아이디인큐는 권 본부장을 스카우트하지는 못했다. 대신 신 대표와 권 본부장으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았다. 뿐만이 아니다. 신 대표와 권 본부장이 멘토로서 창업과 회사 업무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했다.

언감생심, 티켓몬스터 창업자를 스카우트하려했던 이 겁없는 25세 친구들은 시쳇말로 '엄친아'다. 이들은 2003년 한국과학영재학교 1기 동기생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에 여러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바 있고 연세대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이 이사는 대통령 과학장학생으로 KAIST에 입학했고 지난해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땄다. 추 이사는 성균관대를 거쳐 지난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모두 보장된 안정된 직장생활을 택할 법도 했을텐데, 창업을 택했다. 김 대표는 "2008년 실리콘밸리에 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창업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잘못되면 큰일 나는 것으로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틀릴 수 있지만 한번 해볼 수 있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아이디인큐가 내걸은 사업 아이템은 모바일 설문조사다. 스마트폰으로 시장 반응을 빠르고 저렴하게 수집해 기업의 판단을 돕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디인큐는 지난해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설문을 배포한 후 1시간만에 100명의 설문을 받았다. 다른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면 몇 기간 걸릴 내용이다.

아이디인큐는 신제품 개발하는데 돈이나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설문조사를 못한 중소기업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봤다. 특히 올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여론동향을 살피려는 정치 수요도 많을 전망이다. 시범 사업만 시작했으나 3주만에 20여 고객을 모았다.


김 대표는 "기업이나 일반인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기존의 상위 0.1%의 대기업만 이용했던 설문조사가 아니라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설문조사는 설문조사를 의뢰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일부를 설문에 참여한 패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많은 이익을 탐해서는 안된다. 이 이사는 KAIST 재학 시절 당시 안철수 교수에게 받은 강의를 얘기한다.

"도시락 판매 실습을 한 적이 있어요. 도시락을 공급하는 아저씨가 오전 10시까지 배달해줘야 하는데 하루는 11시에 왔습니다. 화가 났고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시 우리는 납품 단가를 후려쳤어요. 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없다는 안 교수의 가르침이 생각났습니다."

아직 20대 중반의 젊은 창업 3인방은 처음부터 모바일 설문조사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지 않았다. 먼저 함께할 사람들이 모였고 여러 아이템 중 모바일 설문조사를 첫 사업으로 택했다. 아직 시작하지 못한 아이템이 많이 남아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