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톡톡]잡스는 어느 손을 많이 사용했을까

머니투데이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 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12.01.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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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천재 잡스, 20세기 문화계엔 디아길레프가 있었다

↑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


"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은 몰라야 하는 걸까?"
"왼손 오른손의 의미는 뭘까?"

양손의 의미는 각각 다르면서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IQ와 EQ,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테크닉과 창의성, 기술과 문화, 좌뇌경영과 우뇌경영 등.

보통은 왼손과 오른손이 상호작용을 하며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에 둘 다 필요하지만 가끔 한쪽만 사용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한 손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왼손과 오른손 둘 다 잘 활용해 역사에 길이 남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그 중 20세기 초 유럽에 러시아 예술을 알려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ilev)가 있다. 러시아 발레의 프로듀서이자 무대 미술가였던 그는 문화와 예술의 도시 파리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러시아 예술을 알렸을 뿐 아니라 발레 역사에 큰 획을 남겨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

디아길레프가 파리로 간 1910년대 유럽에서는 발레가 오늘날과 같은 완전한 하나의 장르가 아니었다. 오페라에 삽입된 '춤'으로 청중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넣은 볼거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를 러시아에선 황실발레단으로 '클래식 발레'를 만들었고 첫 작품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다.



파리의 청중은 '막춤'에서 종합예술의 극치로 만든 '발레'를 환희 속에 맞이했다. 디아길레프는 발레를 더 극적인 '쇼'로 만들었는데 클래식 발레에서 춤만 돋보였다면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요소가 알맞게 자리 잡아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20세기 문화 창조자였던 디아길레프와 같은 사람이 21세기에는 누가 있을까?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왼쪽)와 스티브 잡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왼쪽)와 스티브 잡스
빨간 사과의 유혹에 넘어가기 직전의 백설공주처럼 애플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그 사과를 건넨 새엄마격인 스티브 잡스. 그는 우리에게 단순히 PC, MP3, 스마트폰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우라와 문화, 즉 남다른 사과밭을 안겨주었다.


그 사과밭에 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차원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이 포함된다. 애플은 기존의 많은 제품들과는 달리 '아이튠즈'라는 폐쇄적이지만 적응하면 꽤 괜찮은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거기서부터 사용자들의 모험은 시작됐다. 유저들은 '나'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애플제품의 특수성은 애플만의 인터페이스에 사용자를 물들게 했고, 이용자들의 삶의 패턴까지 바꾸게 했다. 애플은 이렇게 21세기에 또 다른 문화를 창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기술을 이용해 문화를 창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특이한 이력이 한 몫 했다. 바로 픽사(Pixar)에서의 경험이다. 그는 매킨토시를 만들어낸 하드웨어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월트디즈니와 공동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우뇌 중심적 감성을 충분히 키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잡스는 기술과 제품의 우수성만 중시했던 자신에게 픽사에서의 경험은 새롭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고백한 적 있다.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하드웨어 중심의 좌뇌 경영을 했다면 디즈니와의 공동 작업에선 우뇌경영을 했던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소비자에게 앞선 생각으로 한 발 더 다가갔고, 어느 순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좌뇌와 우뇌를 함께 사용하는 전뇌적 사고의 중요성을 디아길레프와 잡스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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