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 잃은 청춘 ‘닥치고 창업’

머니투데이 이욱희 기자 2012.01.0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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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경제 신년기획> 아직 쓰러지지 않는 청춘

편집자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청춘은 분명 아프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만이 아픈 것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청춘은 아팠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이 더 아파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高물가 등 대학부터 결혼하기까지 막막한 현실이기 때문일까. 늘 100% 정답을 말하기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건 요즘 ‘희망’이라는 단어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항상 고난 속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볼 수 있다. 머니투데이 대학경제는 2012년 <아직 쓰러지지 않는 청춘>이라는 신년기획을 해 청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명함보다는 심장을 건넬 수 있는 그런 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 문장은 청년창업가 이계익(28) 시크릿가든(마음씨)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대표는 늘 인사 말미에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허울이 아닌 진심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이 심장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데이팅을 접목한 소셜데이팅서비스(SDS) ‘마음씨’로 실현시키려고 한다. 남녀를 이어주는 ‘마음씨’를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려는 이 대표를 충무로에 위치한 동국대 창업선도대학 ‘시크릿가든’ 사무실에서 만나 <청춘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이계익 시크릿가든 대표를 만나 를 들어보았다.  ▲이계익 시크릿가든 대표를 만나 를 들어보았다.


우선, 이 대표를 알기 위해 ‘마음씨’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가 말하는 꿈이 이 서비스에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마음씨는 지난해 12월25일 베타서비스로 첫 발자국을 찍은 신개념 SDS다. 마음씨는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하루에 한명의 이상형을 이어주는 ‘만남의 숲’과 일주일에 한번 운영자가 직접 프리미엄 매칭을 주선하는 ‘마음정거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회원이 직접 지인들을 주선해주는 주선자 서비스를 통해, 주선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多대多’의 미팅서비스, 마음껏 자신의 연애, 사랑 등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등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내 자신을 찾는 일 ‘창업’

처음 이 대표의 직함을 들으면 실로 놀랄만하다. 단순히 그는 창업 대표가 아니다. 청년창업멘토협회 공동회장, 서울시 청년 CEO클럽 회장, 청연리더스클럽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순탄하게 사업을 하고, 어찌 보면 이 직함들이 이미 그를 성공한 사업가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마음씨’를 론칭하기까지 수년 간의 우여곡절을 다 겪었다.



사업을 하기 전, 이 대표는 ‘아르바이트 종결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카네이션을 파는 것은 물론 △주유소 △갈비집 △공장 △편의점 △학원강사 △과외 등 해보지 않는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는 20대 누구나 겪은 고민이었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했다. 또 이 대표는 험난한 재수생활을 거쳐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교생활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들어왔지만, 대학에서조차 꿈을 찾아나서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며 “대학생활이 내게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대학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라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이 대표의 직함을 들으면 실로 놀랄만하다. 단순히 그는 창업 대표가 아니다. 청년창업멘토협회 공동회장, 서울시 청년 CEO클럽 회장, 청연리더스클럽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처음 이 대표의 직함을 들으면 실로 놀랄만하다. 단순히 그는 창업 대표가 아니다. 청년창업멘토협회 공동회장, 서울시 청년 CEO클럽 회장, 청연리더스클럽 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러다 뒤늦게 이 대표는 군대를 가게 되고 거기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마우스’라는 콘셉트로 ‘마우스포’를 기획하고 제대 후 제작 판매를 했다.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우스를 투명하게 만들어 가족사진, 애인사진 등을 넣고 큐빅으로 장식한 마우스포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마우스포가 이 대표의 첫 사업이었다. 그러나 성공도 실패도 없었다. 이 대표는 “마우스포로 돈은 많이 벌지 못했지만 손해는 보지 않았다”며 “마우스포 단독 쇼핑몰을 만들려고 했으나 접었다. 그 이유는 제조업이 내 꿈이 아니었고, 싸이월드 같은 인맥기반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마우스포 사업을 접은 그는 입대하기 전에 모아놓은 1800만원을 들고 2010년 4월에 서울에 올라온다. 새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 당시 그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7급 검찰공무원을 준비한다고 둘러댔다.

이 대표가 두번째로 한 사업은 영어교육 콘텐츠 사업이다. 서울대에서 4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때려 친 고등학교 친구와 동업을 한다.

“친구가 대표였고 나는 필픽 에듀케이션 기획이사를 맡았다. 아르바이트생을 뽑고, 촬영장비 등을 대여해 회사의 윤곽을 갖추고 6개월 동안 일만 했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잤을 정도다. 우리는 창업은 시작했지만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친구랑 같이 살면서 프리랜서 등을 고용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박람회인 <캐릭터 라이센싱 페어>에 4~7세를 겨냥한 교육용 애니메이션 작품과 캐릭터를 동시에 출품했다. 결과는 대 참패였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들어간 박람회지만 그들이 원하는 투자유치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미 영어콘텐츠 사업의 강자들이 군림하고 있었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아이들이 즐겁게 영어공부를 한다는 내가 꿈꾸던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돈도 잃고 사람도 잃고 열정도 식어버렸다”고 회상했다.

사업 실패 후 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진 그는 빈털터리였다. 단돈 800원이 없어 홍대에서 구로까지 걸어가야 했을 정도다.



“나름대로 내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했는데, 한 순간에 비참해진 내 자신을 발견했다. 자존심 때문에 차비 800원도 빌리지 못했다. 부모님한테 연락도 하지 못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돈은 잃었지만 꿈은 잃지 않았다. 실패라고 하기엔 아직 청춘이었다.”

이 대표는 결국 사업을 정리하고 지인에게 2만원을 빌려 일자리를 찾다가 고시원 총무직에 취직한다. 숙박을 해결하고 월 35만원을 꼬박 모으면서 6개월 동안 200만원의 목돈으로 만든다. 그때 그는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최연소 청연리더스클럽 회장 ‘사업 원동력 얻어’



이 대표를 다시 사업에 뛰어들게 한 것은 청년유권자연맹에 속한 ‘청연리더스클럽’이 큰 몫을 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청연리더스클럽’ 모집 공고를 보고 그는 들어가게 된다. 그때 그는 필픽 에듀테인먼트 기획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청연리더스클럽에서 활동한 그는 열심히 모임에 참석하고 행동했다. 그 결과 회장 추천을 받고 최연소 회장으로 뽑혔다. 이 모임에서 그는 기업가,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천금 같은 사업 동료를 만났다.

2010년 12월부터 이 대표는 청년유권자연맹에서 만난 사람들과 군대동기랑 애플리케이션 기획, 제작 사업을 시작한다. 이리듐스튜디오에서 그는 전략기획이사직을 맡고 홍기종(26) 이리듐스튜디오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마음씨는 신개념 소셜데이팅서비스다. ▲마음씨는 신개념 소셜데이팅서비스다.
이리듐스튜디오는 ‘진돗개’라는 아이폰 도난방지 앱을 만들어 대박을 쳤다. 현재 전세계 70만명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이 앱은 안철수 연구소에 소개되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청와대 초청, 방송에 출현하는 등 자신감을 얻었다.

이 대표는 “내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홍 대표와 사업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모바일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전했다. 이렇게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그는 소셜데이팅서비스 ‘마음씨’를 만들고 싶어 이리듐스튜디오를 나와 팀을 꾸렸다.

“청년리더스클럽에서 만났고, 소셜데이팅커뮤니티 운영 경험이 있는 정재욱 시크릿가든 전략기획실장과 후배 지인 등을 고용해 지난해 2월부터 ‘마음씨’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다.”



◇창업 통해 ‘나’를 발견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부지원사업에 도전을 했다. 하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대학생의 기획만으로 정부지원사업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중 유일하게 선택받은 사업이 동국대 창업선도대학에서 실시한 사무실 지원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얻게 되면서 안철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개발자를 영입하고, 디자이너도 새로 뽑으며, 기획한 내용을 가지고 지난해 9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또 마케팅 인력을 확충해 본격적으로 ‘마음씨’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계익 대표는 “창업으로 ‘나’를 찾았다. 내 꿈을 위해서 변함없이 노력하고 열정적인 나를 발견했다”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내 꿈이 이제 ‘마음씨’로 탄생했다. 죽는 날까지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욱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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