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확률형 아이템, 업체를 믿을 수가 없네요

게임메카 2012.01.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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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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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프로야구매니저
해킹 사태 "대량으로 카드 깠다"




엔트리브의 ‘프로야구매니저’가 선수카드의 확률 문제로 이번 주 몸살을 앓았습니다.
선수카드는 ‘프로야구매니저’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로 게임머니로 해당 아이템을
구입하고 확인을 하면(게임 내에서는 ‘카드를 깐다’고 표현) 특정 선수가 무작위로
뽑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하는데요, 일종의 ‘확률형 아이템’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이번 사건은 A라는 유저의 클라이언트 조작과 해킹이 발단이 됐습니다. A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클라이언트 패킷을 변조하고 데이터를 조작해 수천에
달하는 게임머니를 획득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죠. 게다가 A 유저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클라이언트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주겠다”고 언급하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여, 최종적으로 10명의 유저가 이번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패킷
변조를 시도하는 중에 서버까지 다운될 정도였다니 이것 참 할 말이 없네요. 물론
이 모든 건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엔트리브 측은 해당 유저 10명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는
방향으로 제재를 가한 상황입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유저에게 해킹을 당했다는 데 있어 서비스사의
허술한 운영이나 사건 발생 후 며칠 뒤에 제재하는 늑장 대응 정도가 문제로 거론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은 유저에게 있으니까요. 그런데 불법행위를 한 유저가
선수카드의 확률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건이 커져버렸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선수카드는
확률에 의존하는데, 본인이 해킹으로 획득한 게임머니 모두를 쏟아 부은 결과 원하는
선수의 카드가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면서 해당 유저는 서비스사가
정해둔 극악의 확률을 비난하며 오히려 탓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사건으로 간접
피해를 입은 유저들도 관련 사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 정도면 큰 문제
아니냐?”라는 식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네요.


논란이 더욱 가중된 건 A 유저가 쏟아 부은 게임머니의 규모 때문입니다. 무려
1조PT(게임머니)를 사용했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수밖에요. (참고로 선수카드 한 장의 가격은
최상위 등급을 기준으로 3만9천PT이니, 수 천 장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엔트리브가 조사한 결과 해당 수치는 허위사실이고 9천7백만PT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하게 과장한 셈이긴 한데요, 9천7백PT도 사실상 적은 수치는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를
반전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현금으로 환산해도 50만원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50만원이나
썼는데, 내가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 충분히 문제가 될 여지가 있겠죠. 게다가
‘전체 이용가’ 게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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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킹사건에 대한 "프로야구매니저" 유저들의 의견 中


자, 현재까지 상황이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남겨주실 건가요? “정말 너무한다”라고 분노하실 건가요, 아니면 “나
같으면 저런 게임 안 한다”라며 무시하실 건가요. 각기 다르겠지만, 아마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알다시피 캐시 아이템, 그 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은 말 그대로
‘확률’이 들어가는 만큼 민감한 부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꽝’이 없다고는 하나
원래 투자한 게임머니에 비해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너무 좋은 아이템은 게임경제나 밸런스를 붕괴시킬 수 있으니까요. 재밌는 건, 이런
아이템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가 반영돼 유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군중심리에 따라 너도 나도 해보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될 수밖에요. 문제는
이 확률형 아이템을 단순히 ‘놀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다수의
유저가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환산해 계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유저들의
패턴을 누구보다 연구하는 업체가 이러한 유저들의 인식을 모른 채 순수하게 접근할
리도 없겠죠. 이 과정에서 업체의 각종 ‘꼼수’가 반영될 여지도 충분하고, 유저들은
사용하면서도 끝까지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 즉 불안정한 관계가 지속되는
데 작금의 현실입니다. 이번 ‘프로야구매니저’ 사건 이후 그간 선수카드를 애용해왔던
유저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확률’을 들켜버렸다는 점이 치명적입니다. 대부분의
업체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만큼, 불만에 쌓인 소비층들에게 ‘모두가 그럴
것’이란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엔트리브가 매출 증대를 위해
일부러 확률을 낮추거나 임의로 조절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사실 확률을 바꾸려면
게임위에 수정 요청을 해야 하기도 하고, 마음대로 했다면 ‘프로야구매니저’가
지금처럼 인기를 누리기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다만 유저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그러니까 업체가 그렇게 기밀에 붙여왔던 내용이 썩 좋지 않은 사건으로 알려져 버렸으니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겠죠.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나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결국 또 규제 철퇴를 맞을 수밖에 없어 보이죠.
이에 업계에서 스스로 자율규제에 힘써 분위기 전환에 힘을 써야 할 텐데요,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향후 전망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협회 측에서는 이미
자율준수 규약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데요, 게임위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경쟁 등의 사유로 인해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되려
내용수정도 하지 않은 채 이벤트 식으로 ‘치고 빠지기’ 행태를 보이는 업체도 있다고
하니 걱정이 크네요. 정부 규제에 맞서기 전에 업계 스스로도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죠. 아마 이번 ‘프로야구매니저’ 사건 이후 뜨끔한 심정에 긴급회의와 함께
시스템을 점검하는 업체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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