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예언 '반도체발 태풍' 곧 가시화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2.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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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인텔 상대방 텃밭서 '맞짱'… 시스템반도체 '다극화'

"앞으로 더욱 거세질 반도체업계발 태풍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지난해 9월 세계 최대규모의 메모리반도체 16라인 가동식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3개월여 지난 지금 '태풍'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의 예언 '반도체발 태풍' 곧 가시화


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주목받는 이유다. 반도체업계의 공룡 퀄컴과 인텔이 '영역 파괴'를 선언, 서로의 영역에 진출, 난타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반도체시장의 지각변동은 삼성전자 (60,300원 ▼700 -1.15%)에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2차 공급업체로 전락하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신용 칩의 절대강자 퀄컴과 PC시장을 석권해온 인텔은 이번 CES에서 차세대 칩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회사가 상대방의 텃밭을 노린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두 회사에서 각각 일정부분 위탁받아 생산(파운드리)을 하고 있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도코모 등과 손잡고 통신용 칩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 모바일 주도권 경쟁에 가세한 상황이다.



◇'퀄컴 vs. 인텔'의 격돌=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퀄컴과 인텔은 오는 10일 개막하는 CES에서 각각 PC용 칩과 통신용 칩을 내놓는다.

선제공격은 퀄컴의 몫이다. 이날 오전 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칩을 장착한 노트북PC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후에는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자사 칩을 장착한 휴대폰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트북시장의 화두가 된 '울트라북'도 공개할 계획이다.

퀄컴과 인텔의 변신은 애플이 촉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시장을 열었다. 통신기기와 PC간 영역이 파괴되면서 어느 한쪽에만 안주할 수 없는 시장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결국 퀄컴은 PC시장을, 인텔은 모바일시장을 기웃거리게 된 셈이다.


관전포인트는 그간 지적된 약점들을 얼마나 보완했는가다. 인텔의 칩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소모가 많고 열 또한 많이 발생해 모바일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 퀄컴의 칩은 무거운 PC용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구동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참패했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ARM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폰용 칩으로도 충분히 컴퓨팅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도 싸움을 부추긴다. MS는 차기 버전인 '윈도8'부터 ARM 칩도 지원할 계획이다. 인텔 입장에서는 더이상 '윈텔'(MS의 윈도+인텔 칩) 동맹에 기댈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퀄컴과 인텔은 수년 전부터 고유영역이 파괴될 것에 대비해 관련업체들을 인수해왔다"며 "모바일기기시장이 커지고 있어 퀄컴이 다소 유리해 보이지만 모바일기기가 요구하는 성능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점은 오히려 인텔에 유리할 수 있어 현 시점에선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다극화, 삼성전자에 새 기회=두 거인의 싸움 못지않게 중요한 '태풍'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다극화'다.

과거 시스템반도체시장은 통신분야는 퀄컴이, PC는 인텔이 독주하고 AMD가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뛰어난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전자제품의 두뇌역할을 담당하는 칩을 생산하면 여기에 맞게 다른 정보기술(IT)업체들이 휴대폰이나 PC 등을 생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애플 등 대형업체들이 제품 특성에 맞는 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디자인만으로는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속도에 방점을 찍은 제품과 뛰어난 그래픽을 강점으로 내세운 제품이 같은 두뇌를 쓴다면 차별성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인텔이나 퀄컴 등 전통 칩메이커들이 주도해온 시스템반도체시장에 통신사와 PC제조사들이 뛰어드는 형국"이라며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자사 제품의 기호에 맞는 칩을 자체적으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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