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크→백혈병신약, 일양약품 11년 피땀 여정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2.01.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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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세계 4번째 백혈병 신약 개발…정도언 회장 사재 털어가며 개발 독려

"연구개발에 들어간 지 8년 정도 됐을 때 자금이나 성과에 대한 갈증으로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 치료제 개발이 난관에 봉착했다. 그 상황에서 정도언 회장이 개인 돈 30억원을 연구개발에 기부하면서 다시 힘을 얻고 오늘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일양약품 (12,450원 ▼370 -2.89%)이 세계 4번째, 아시아 첫번째로 백혈병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날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는 2001년부터 백혈병 치료제 연구를 시작해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 신약허가를 받기까지의 11년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은 신주를 발행해 자신의 보유지분을 늘리면서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었으나, 이를 택하지 않고 사재 30억원을 회사에 기부하는 길을 택했다. 연구개발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너가 투자 형식으로 사재를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현금 기부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주식이나 다른 형태로 보상을 받기보다는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백혈병치료제 시장규모는 연간 50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매년 300명 이상의 백혈병환자가 발생하며, 10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다국적제약사에 지출되고 있다.

이 백혈병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만 총 400억원의 연구·개발(R&D)비가 들었다. 연간 매출 1000억원대의 제약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투자규모지만 정 회장이 개인 돈을 기부해가며 연구를 독려했다.

연구개발비 부족으로 개발 중단 위기를 수차례 넘기고 마침내 신약개발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원비디'라는 드링크를 주로 팔아왔던 그저 그런(?) 중견 제약사의 환골탈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5일 일양약품 (12,450원 ▼370 -2.89%)이 자체 개발한 백혈병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에 대해 제조· 판매를 허가한 것. 슈펙트는 이번에 글리벡 등 기존 백혈병 치료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인정을 받았다.

식약청 허가가 남에 따라 이 약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상업화에 성공한 백혈병치료제가 됐다. 일양약품은 500개의 후보물질을 만들었고 그 중 1개 물질을 신약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일양약품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드링크제인 `원비디' 등을 바탕으로 제약업계 매출 2위를 달리기도 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원비디의 판매가 주춤한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1400억원 정도로 제약업계에서 매출순위 15~20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일양약품은 신약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공략을 모토로 삼고 지난 10여년 동안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 결과 `원비디'을 파는 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놀텍'이라는 항궤양치료제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동연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나 하는 신약개발을 조그만 제약사가 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다"며 "꼭 신약개발에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60여명의 연구원으로 수천명의 연구원을 갖춘 다국적제약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며 "신약을 개발하는 노하우가 쌓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신약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일양약품이 놀텍을 개발하는데 20년이 슈펙트를 개발하는데 10년이 걸리는 등 신약 연구개발 기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신약으로 돈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신약을 만드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적인 신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글로벌제약사들과 직접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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