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보다 믿을만한 입소문 '친구 따라 OO 간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2.01.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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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업가대회 수상기업 탐방] <4>모바일쿠폰 서비스 '나인플라바'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왼쪽 두 번째)는 “소셜커머스는 소비자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자는 것인데 지금의 소셜커머스는 대규모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맨 왼쪽과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각각 박성호 이사와 박지훈 이사.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왼쪽 두 번째)는 “소셜커머스는 소비자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자는 것인데 지금의 소셜커머스는 대규모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맨 왼쪽과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각각 박성호 이사와 박지훈 이사.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하루에 두 잔씩 커피를 마신다는 A씨. 7잔씩 마실 때마다 한잔을 무료로 준다는 커피가게 종이쿠폰을 꼭 챙기지만, 불편하고 아쉬울 때가 많다. '함께 어울려 커피를 마시는 직장 동료들과 공동명의의 쿠폰을 만들 수 있다면 할인효과가 클텐데.' 더욱이 종이 쿠폰이라서 간혹 잃어버리기도 한다.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시내에서 개인 스파게티 가게를 운영하는 B씨. 단골손님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이용해서 손님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이다. 고객확보의 가장 좋은 방법은 단골이 또 손님들을 데려오는 것 아닌가. 단골손님이 손님을 더 데려오면 특별할인을 해줄 생각도 있는데 말이다.



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한 청년기업가대회 장려상 수상팀인 나인플라바(http://9flava.com)가 이달 중 선보일 모바일 마일리지카드 '위패스(WePass)'는 소비자와 업체의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모델. 소비자 입장에서는 위패스가 모바일 쿠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적립할 수 있고, 최대 10명까지 공동으로 쿠폰을 개설할 수도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단골들이 주위 친구들을 모아 공동으로 모바일 쿠폰을 개설하면, 단골을 통한 고객확대도 가능해진다.

◆친구들과 함께 쓰는 마일리지 카드
위패스는 지난해 7월 구글에 인수된 미국 모바일 마일리지 카드업체 '펀치드'의 장점과 자신의 관심사를 주위 지인들과 공유하는 앱 '스탬프드'의 장점을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 펀치드는 오프라인 종이쿠폰을 스마트폰과 QR코드로 옮긴 사업모델이고, 스탬프드는 음식이나 취미 등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도록 고안된 플랫폼이다. 그래서 위패스는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주 구매하는 사람들끼리 공동의 모바일 마일리지 카드를 만든 것.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39)는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공동으로 스마트폰 앱을 내려 받아 모바일 카드계정을 만들어 매장에 설치된 QR코드를 통해 도장을 모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커피 10잔을 마셔야 1잔을 무료로 받는다고 할 때, 이 서비스를 적용하면 5명이 2잔씩만 마셔도 1잔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모바일 쿠폰의 개념이기 때문에 함께 몰려다닐 기회가 많은 직장동료가 아니더라도, 생활공간이 달라도, 공동으로 도장을 모을 수 있다. 박 대표는 "공동명의로 개설을 했지만 각각의 가입자들이 다른 지역에서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가입업체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야구구장이나 브랜드 옷 가게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며 "각 가입자들이 별도로 소비를 하더라도, 이후 일정 구매금액 이상이 되면 경품을 받거나 할인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패스' 실행화면.'위패스' 실행화면.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
업체들 입장에서도 마케팅 효과가 크다. 일종의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이 주위에 친구들을 모으는 방식이기 때문에 단골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장할 수 있다. 또 이들 소비자그룹의 구매패턴을 분석해 향후 신제품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소비자들은 업체의 광고는 안 믿어도 친구들의 말은 믿는 경향이 있다"며 "충성도 높은 고객이 광고를 대신해 마케팅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골고객이 손님들 더 많이 데려오면 단체할인 등의 혜택을 모바일 카드를 통해 해주는 식으로 계속 확장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광고나 웹사이트 팝업을 통해 노출될 경우 1% 남짓 정도만 신규고객으로 전환된다는 통계도 있다"며 "하지만 100명의 단골고객이 2명씩만 손님을 더 모아 공동명의의 적립카드를 만든다면 고객은 3배로 불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손님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단골이 공동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브랜드 홍보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가입업체들에게는 월 정액 형식으로 서비스로 제공될 예정"이라며 "마일리지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액요금이 책정된다"고 말했다. 100명 이하의 소비자가 등록된 업체는 서비스 사용이 무료, 100명부터 300명까지 등록된 업체는 월 5만원씩을 받는 식이다. 그는 "위패스는 소비자와 업체에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는 모델"이라며 "고객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 스토리]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는 10년차 벤처기업가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2003년 만든 아이토닉이 그의 첫 기업. 아이토닉은 정부 과제 등을 받아 3D 애니메이션 창작 플랫폼인 클로즈업닷컴을 만든 업체로 매년 매출이 10억원 이상 나오는 수익모델 확실한 벤처기업이었다.



박 대표는 "정부과제에 맛들여서 계속 일하다 보면 도저히 새로운 구상을 실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아이토닉에서는 손을 떼고 자신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나인플라바를 창업했다. 그는 "아이토닉의 일부 직원들이 나인플라바에 합류했지만 '당분간 월급을 못 줄 수도 있고 아이토닉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들 것'이라는 말에 직원 중 절반만 남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후 개발진만으로는 서비스 개발 후 판로개척이 어렵다는 판단에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을 나와 투자사에서 근무하던 박지훈 이사(39)와 로레알코리아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하다 영국에서 스포츠마케팅 석사학위를 받은 박성호 이사(38)를 영입했다. 박지훈 이사는 박 대표의 20년지기 친구이고, 박성호 이사는 박 대표의 친동생으로 각각 재무책임자(CFO)와 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석사과정 중이던 1999년에 서울대 공대 이범희 교수와 지능형 장난감 로봇 개발을 시도했는데, 당시 판로개척 및 수익모델 창출을 해결하지 못해 사업을 접었던 경험이 있다"며 "당시 마케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박성호 이사는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인터넷으로 형(박 대표)에게 아이템 설명을 들은 후 영국 업체들을 찾아 다니며 시장조사를 마치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나인플라바는 올해 '위패스'를 20개 이상 브랜드와 제휴를 맺은 플랫폼으로 만든 후 실리콘밸리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멘토 코멘트]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온/오프라인 이해도와 실행력 갖춘 커머스 업체"


광고보다 믿을만한 입소문 '친구 따라 OO 간다'
2008년 그루폰의 등장 이후 한국에서도 티켓몬스터, 쿠팡과 같은 1세대 소셜커머스가 나왔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과 1세대 소셜커머스의 시장 검증을 통해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소셜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지만 실패했다. 단순한 할인 혜택을 원하는 일회성 소비자를 업체들이 원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바꿔줄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이해도와 실행력이다. 대학생 팀들과 오프라인 업체 관계자들은 보통 한 쪽으로 편향돼있기 마련이다. 대학생 팀들의 경우에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사업 모델만 갖추고 있다. 오프라인 상점의 마케팅과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들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온라인을 통한 고객관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나인플라바는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수년간 담당한 박성호 이사가 오프라인 마케팅과 제휴 영업을 실행할 수 있고,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 사업 경험이 풍부한 박성준 대표가 균형을 갖췄다. 대학생 팀, 오프라인 상인들이 빠지기 쉬운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 팀이기에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멘토를 맡았다.

나인플라바가 주의해야할 점은 유저들을 초기에 만족시켜야한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와 모바일을 이용한 멤버십 쿠폰 등의 서비스가 시장진입에 실패하는 경우는 불편하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아줌마나 할머니들도 쉽게 쓸 수 있을 정도의 간편성과 직관성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취향 공유'를 주제로 한 소셜커머스답게 구전효과가 최대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유저를 첫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커피를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과 같이 구체적일수록 좋다. 제휴업체 선정도 첫 목표에 맞춰 선정해야한다. 한 두 군데 사례라도 완벽하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다른 제휴업체, 구매층으로의 사업 확장이 용이할 것이다.



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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