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위기극복 땐 美달러 제치고 '넘버1 통화'?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2.01.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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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앞에 세워진 유로화 상징 조형물. 12개의 별은 2002년 유로화 통용이 시작될 당시 유로존 가입 12개국을 의미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앞에 세워진 유로화 상징 조형물. 12개의 별은 2002년 유로화 통용이 시작될 당시 유로존 가입 12개국을 의미한다.


1일자로 통용 10주년을 맞이한 유로화가 향후 10년 내에 미국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 제1의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단, 전제는 있다. 유로존 정상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재정통합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겸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는 1일자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에 유로화 통용 10주년과 관련해 기고한 글에서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나온 모든 결정들이 이행된다면 유로존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12월 9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유로화 붕괴 위협요소가 되고 있는 재정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규율'을 강화한 신(新) 재정협약 마련에 합의했다. 구제금융을 확충하고 재정적자국에 대한 징계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재정협약 합의 소식에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시장은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합의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여전히 결정되지 못했고 올 3월에나 최종 마무리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우려는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이에 따라 2011년은 유로화에겐 '최악의 한해'로 기록됐다. 유로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 지난 한해 동안 8.2% 하락해 99.66엔으로 마감했다. 엔/유로 환율이 100엔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과 비교해선 19%나 하락했다. 미 달러화에 대해서도 3.2% 하락했다.

하지만 노이어 총재는 유로화 통용에 따라 교역과 경쟁력이 개선됐고 인력 이동이 한층 편리해졌다고 강조하며 재정통합에 성공할 경우 "10년 내에 유로화는 세계 1위의 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제 외환보유액의 26.6%에 달하는 2위 국제 준비통화인 유로화가 미 달러화를 제칠 것이란 의미이다.

노이어 총재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재정협약이 실패로 끝나면 유로화의 추락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유로존이 재정이 탄탄한 몇몇 국가로 재편될 경우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겠지만, 위상은 예전만 못할 수 있다. 더욱이 회원국의 이탈이 속출하는 사태가 전개되면 유로존이 붕괴하고 유로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유로존이 붕괴되면 여파는 상상 이상이다. ING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클리프는 유로존 회원국이 모두 옛 통화를 쓰게 된다면 스페인과 그리스의 통화는 독일 마르크 대비 각각 50%, 80% 가치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유럽 전체는 물가 급등과 성장률 대폭 하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이어 총재의 바람과는 달리 유로화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 못하다. 이날 주간지에 함께 게재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0%는 단일 통화는 좋지 않은 발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를 인정한 사람들은 35%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다. 올해는 유로화 화폐와 동전이 통용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축포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선 기념식은 물론이고 기자회견도 열리지 않는다. 일부 유로존 국가들이 기념화폐를 발행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유로화가 가상통화에서 벗어나 12개국에서 처음 통용되기 시작한 2002년 1월 1일만 하더라도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상공은 그날 자정 축포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유로존 가입 국민들은 새 지폐를 갖고 싶은 마음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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