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설화 김문수, 이번엔 '電禍?’

뉴스1 제공 2011.12.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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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특유의 직설화법 때문에 숱한 설화(舌禍)를 남긴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번엔 '전화(電禍)'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내 대권 잠룡(潛龍) 중한 명인 김 지사가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요양원 내 암환자의 응급 이송 관련 문의를 위해 관할 소방서 119 상황실에 건 전화를 장난전화인 줄 알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상황실 근무자 2명이 전보 조치된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경기도 측은 "소방서 근무자는 응급전화 응대관련 근무규정 위반으로 인사 조치를 받은 것이지 도지사의 전화를 잘못 받아 문책을 받은 게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선 김 지사에 대한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면서 네티즌들의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청 홈페이지마저 접속 장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낮 12시30분쯤 남양주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도지사 김문수"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전화 받은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나 당시상황실 근무자였던 오모 소방관은 김 지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장난전화를 건 줄 알고 "무슨 일로 전화했냐"고만 질문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상황실에 전화를 다시 걸었고, 다른 근무자인 윤모 소방관이 받자 "방금 전에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지만 윤 소방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김 지사도 윤 소방관의 신원만 확인한 채 전화를 끊었다.

김 지사는 두 차례의 통화에서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8회에 걸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김 지사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전달받은 도 소방재난본부는지난 23일자로 해당 소방관 2명을 각각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인사 발령을 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지사는 경기도 소방의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경기도 소방공무원을 지휘,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신고전화를 오인하는 사례를 계속 방치한다면 앞으로 시민이 큰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문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 소방서 관할 지역에선 지난 2009년 2월에도 응급환자의 119 신고를 장난전화로 오인해 구급차를 출동시키지 않아 신고자가 동사(凍死)한 사고가 발생했었다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경기도 측은 또 "소방서 응급전화 대응 매뉴얼인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는 119 전화 신고를 접수한 상황실 근무자가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토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또 상황실 근무자는 모든 신고전화에 대해 장난전화 여부를 임의로 판단해 응대하는 걸 금기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도 전날 밤 소방관 인사 조치 등과 관련해 '소방서에 장난 전화가 얼마나 오는지 알고도 그랬냐'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에 "소방 시스템에 (전화 건) 위치도 나온다"며 "근무자들 기본이 안 된 것"이란 답글을 남겼다.



아울러 경기도 측은 "일부 언론에서 경기도가 '도지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황당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처음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오모 소방관도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경솔한 행동과 실수로 심려를 끼쳐 사죄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대다수 네티즌들은문책이 김 지사의 목소리임을 알아듣지 못한데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오모 소방관의 글에 대해서도 "강요에 의한 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야당들 역시 "김 지사는 보복성 전보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통합진보당), "김 지사는 119 장난전화 근절 교육부터 받아라"(진보신당)는 등의 비난 논평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도 "(소방관들의 전보가) 규정 위반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는 하나 자칫 이번 일이 김 지사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편 김 지사는 올 한해에만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것", "신부가 삭발하면 절에 가야지" 등의 발언으로 설화에 휘말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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