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장성택 이영호 3인 과두체제 전망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12.29 15:53
글자크기

경제적 성과와 김정은 통치능력 보여주는 게 과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과 추도식이 모두 끝난 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 및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군 총참모장이 이끌어 가는 3인 과두체제로 체제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김기남 당 비서와 최태복 당 비서, 그리고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과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을 포함한 7인이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북한 사정에 밝은 베이징 외교통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8시30분에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에 김정은 장성택 리영호의 3인 과두체제를 마련해 김정은 권력승계를 위한 안정장치를 마련했다. 당과 행정부는 장성택 부위원장, 군부는 리영호 총참모장에게 맡기되 아직 어리고 준비가 덜 된 김정은 부위원장이 실각할 경우 두 사람도 함께 실권하는 방식으로 3명을 운명공동체로 묶어놓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놓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지난 28일 거행된 김 위원장 장례식에서 김-장-리 3인은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양옆에서 직접 호위하며 권력서열을 과시했다. 그 뒤로는 김-최 비서와 김 부장 및 김 부국장이 뒤따랐다.



하지만 3인 과두체제와 7인 집단지도체제가 지속되려면 김정은 부위원장의 통치능력과 경제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경제적 성과를 내려면 개혁과 대외개방 등의 정책을 펴고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는 군부가 내세우는 선군정치와 대립되는 측면이 있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오고 있는 한 학자에 따르면 북한의 제조업 설비가동률은 30%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졌던 1998년의 가동률이 60% 초반대였음을 감안할 때, 북한의 산업생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이 학자는 “북한 경제는 이미 자생력을 잃은 지 오래인데도 버티고 있는 것은 중국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엄청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조총련 등 해외교포들의 송금, 한국을 비롯한 국제단체들의 인도적 지원 등이 제한적이고 해외무기판매와 마약밀무역 등이 사실상 막혀 있다”며 “중국은 공식적인 무역과 파시(波市, 서해상이나 압록강의 선상(船上)에서 이뤄지는 교역), 단둥-신의주간의 보따리 무역 등을 통한 밀무역 형식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관계자도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직후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 사망을 예상한 시나리오를 이미 짜 놓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보이지 않게 북한을 지원하면서 북한의 자원을 제공받는다든지 지린(吉林)을 포함한 동북3성의 발전을 위해 북한의 나진-선봉지구 개발권을 확보하는 등의 대가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2008년부터 후계자 교육을 받았다 해도 기간이 짧은데다 아직 나이가 어려 통치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도 과제다. 경제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경우엔 통치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비교적 순조로울 수 있지만, 경제가 계속 어려울 경우엔 3대 세습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해 권력시스템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