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30살 미스 김이 '5월의 신부' 포기 이유는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1.12.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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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년기획] 윤달에 울상짓는 혼수시장

'흑룡의 해' 봄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모씨(29). 봄의 신부를 꿈꾼 김씨는 결혼식 날짜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어른들이 윤달은 피해야한다고 해서 그 때를 제외하고, 예식 올리는 성당 여건 맞추다보니 결혼식 날짜가 4월14일로 '당첨' 된 거에요."



김씨는 "윤달에 대해서 생각을 못했는데, 친정아버지가 윤달에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따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도 윤달을 의식해 계획보다 결혼식 날짜를 당겨서 준비하는 경우를 꽤 봤다고 전했다.

보통 4, 5월은 신부들이 가장 꿈꾸는 결혼식을 올리기 좋은 달지만 오는 2012년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태양력 4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가 태음력으로 윤달이기 때문.



본래 '없는 달'인 윤달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인식 탓에 결혼을 기피하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윤달은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태음력에서 19년에 일곱 번 비율로 덧붙여지는 달을 말한다.

29일 실제 예식장들의 예약현황을 보면 이런 경향이 눈에 띈다. 서울 강남구의 A호텔 예식장 관계자는 "2012년 6, 7월이 예년보다 약 20%가량 늘어난 반면에 평소 예약문의가 가장 몰리는 4, 5월은 분주하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서울 광진구 B호텔 예식장의 경우 평소 4, 5월에는 총 35건 정도 예식을 진행했지만 오는 2012년 같은 시기의 예약현황은 예년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 다른 결혼식장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영등포구의 C 예식장 본부장은 "예년에 비해 오는 3, 6월 예약건수가 25% 가량 증가했지만 윤달인 4, 5월에는 20~30% 정도 오히려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윤달 웨딩 기피현상'이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웨딩컨설팅업체인 듀오웨드의 김효진 총괄팀장은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예비 부부들의 경제적인 자립도도 높아 결혼준비 과정에 부모님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며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윤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어서 갈수록 '윤달 기피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달 기피현상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각종 웨딩업체들은 평년과 달리 오는 4, 5월이 '웨딩 성수기'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예식장 홀 사용료, 식대 등을 할인해주거나 생화 장식을 무료로 해주는 등 예비부부 마음잡기에 나서고 있다.

윤달이 시작하는 4월21일에 결혼식을 올릴 계획인 윤유정씨(27)도 "직접 혜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 웨딩업체들이 윤달 관련 할인을 많이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예비 신부들을 위한 인터넷 모임 게시판에도 윤달 결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는 글만큼 윤달 할인혜택에 대한 정보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김씨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윤달 관련 글을 많이 봤다"며 "2012년 예비 부부들에게 '윤달'은 큰 화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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