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도 놀란 고졸 은행원 취업 성공스토리, 비결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2.01.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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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고용, 새로운 대한민국]①'일자리' 강조 李대통령, '열린 고용'에 꽂히다

↑ 세그루패션디자인고 3학년 김은주 양. 지난해 10월 고졸 채용을 통해 우리은행에 입행, 현재 도봉구청지점에서 일하고 있다.(사진: 우리은행)↑ 세그루패션디자인고 3학년 김은주 양. 지난해 10월 고졸 채용을 통해 우리은행에 입행, 현재 도봉구청지점에서 일하고 있다.(사진: 우리은행)


#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특성화고, 옛 신경여자실업고)는 요즘 축제분위기다. 이 학교 3학년 309명 중 114명이 지난해 취업에 성공, 2010년 취업자 41명과 비교할 때 세배 가까이 늘어서다. 취업률로 따지면 1년 만에 13%에서 38%로 25%포인트 급등했다. 서울시내 78개 특성화고 가운데 두 번째 높은 취업률 상승폭이다. 해마다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취업률 기준(25%)에 턱없이 모자른 취업률을 기록해왔던 터라, 학교 관계자들은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고졸 채용을 통해 이 학교 졸업생이 은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부터 우리은행 도봉역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은주(19세) 양이 그 주인공. 특성화고 학생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 취업자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나왔으니, 학교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 세그루패션디자인고 3학년 김은주 양. 지난해 10월 고졸 채용을 통해 우리은행에 입행, 현재 도봉구청지점에서 일하고 있다.(사진: 우리은행)↑ 세그루패션디자인고 3학년 김은주 양. 지난해 10월 고졸 채용을 통해 우리은행에 입행, 현재 도봉구청지점에서 일하고 있다.(사진: 우리은행)
내신 성적 1등급인 김 양은 당초 4년제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3이 되던 지난해 초 생각을 바꿨다. 이른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는데다, 비싼 돈 내고 대학을 다녀봤자 나중에 또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서다. 김 양은 취업을 먼저 한 후, 자신이 돈을 벌어 대학에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런 김 양에게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관제도'가 길을 열어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이 제도는 특성화고에 진학담당 전문 교사를 파견해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쓰는 법. 면접 방법 등 취업에 관한 모든 것을 지도하는 것이다.



김 양은 이 학교에 배속된 최은영(44세) 취업지원관의 도움으로 6개월여 동안 취업을 준비했고, 우리은행 고졸 채용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김 양은 "남들보다 먼저 취업해 돈도 벌고 사회 경험도 쌓을 수 있게 돼 너무 좋다"며 "나중에 내 돈으로 대학도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최은영 취업지원관이 세그루패션디자인고 학생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 세그루패션디자인고)↑ 최은영 취업지원관이 세그루패션디자인고 학생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 세그루패션디자인고)
이 학교 학생들은 그동안 주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취업지원관제가 도입된 이후로 김 양처럼 은행과 보험사, 대기업 등에 들어간 학생이 많다. 학생들은 고무됐다. 통상 80% 이상이 전문대학에 진학했는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고졸 학력이라도 실력만 있다면,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청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취업지원관제'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채정오(42세) 고용부 서울북부고용센터 팀장이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의 특성화고 취업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채 팀장의 설명을 듣고 "열린 고용이 중요하다. '1특성화고 1취업지원관'을 도입하자"고 즉석에서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현재 전국에 230명이 파견된 취업지원관을 전국 특성화고(679개) 숫자만큼 확대할 계획이다. 채 팀장은 "정부에서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취업지원관제가 아주 좋은 제도라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청에서 열린 '2012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청와대 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청에서 열린 '2012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 청와대 기자단)
이날 고용부 업무보고는 정부 부처 가운데 첫 번째였다. 당초 다른 부처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일자리가 중요하다"며 직접 고용부를 1순위로 넣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 고용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은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공생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열린 고용사회 구현'을 내걸었다. 고졸자들이 학력 차별 없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 각종 지원책을 마련, 고졸 인재를 직접 기업에 소개해 주는 등 '열린 고용'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고용부는 '열린 고용' 정책을 통해 '선 취업- 후 진학'의 문화가 정착된다면, 최근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된 대학 등록금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예전엔 학생들이 대학을 꼭 가야만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실력만 있다면 고졸이라도 좋은 회사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기업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갖고 고졸 채용을 늘리면 우리 사회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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