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리베이트 근절 자정선언 참여못해"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1.12.21 09:29
글자크기

14개 보건의료 단체 중 유일하게 불참, 관행 근절에 이의가 없지만...

21일 개최되는 '불합리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선언'에 14개 보건의료단체 중 대한의사협회만 불참하기로 해 반쪽자리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은 약을 선택하는 권한을 갖게 됐고 불법 리베이트는 처방권을 가진 의사들에게 집중돼 왔다.



의사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의협이 이번 자정선언에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자정 결의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시 된다는 평가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공급하는 13개 단체들은 21일 '불합리한 관행 근절을 위한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에 나선다.



보건 당국은 보건의료계를 대표하는 14개 단체를 대상으로 제약회사나 유통회사가 자기 회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병·의원에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인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선언을 추진해왔다.

이번 자정선언에는 대한병원협회를 비롯,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치과병원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등 7개 의약단체와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대한의약품도매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대한치과기재협회 등 6개 공급자단체가 참여한다

이들 단체와 달리 의협은 지난 19일 자정선언 대회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자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보건의약단체들이 모두 모여 선언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의협이 이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자정선언이 이렇다 할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불합리한 관행이 생기게 된 환경과 구조가 바뀌어야하는데 자정 선언은 보여주기에 그칠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리베이트 쌍벌제와 관련해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법률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데도 굳이 의료법에 리베이트 처벌조항을 만든 쌍벌제 입법이 의사들을 범법자집단으로 매도한 꼴이 됐다는 것. 이 때문에 의사들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의료계는 자정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정선언을 하는 것은 선량한 의사의 명예를 또 한 번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 불참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전문이다.

21일 있을 ‘불합리한 관행 근절을 위한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에 대한의사협회는 불참키로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 의협의 입장을 밝힙니다.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자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건의약단체들이 다 모여 선언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의협이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자정선언이 이렇다 할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불합리한 관행의 근절은 선언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관행이 생기게 된 환경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지 않는 한 선언은 단지 보여주기에 그칠 뿐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차제에 의협은 이른바 리베이트 쌍벌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를 비판한다 해서 리베이트를 정당화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리베이트는 분명 도덕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입니다. 뿐 아니라 다른 법률에 의해 처벌이 가능함에도 굳이 의료법에 리베이트 처벌조항을 만든 쌍벌제 입법은 의사들을 범법자집단으로 매도한 꼴이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의사들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자정선언을 한다면 그건 다수 선량한 의사들의 명예를 또 한 번 훼손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불합리한 관행은 그러한 관행을 처벌하고 자정선언을 함으로써 근절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런 관행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강제조제위임제(의약분업) 전과 같이 모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약품 거래 당사자가 되게 한다면 리베이트 쌍벌제는 있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개업의가 리베이트(할증)를 받았다면 그건 시장경제 하 어느 부문에서나 있는 거래의 한 형태이므로 문제될 게 없으며, 봉직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사용자에 의해 배임죄로 처벌이 가능하므로 쌍벌제라는 없어도 될 조항을 집어넣음으로써 의료법을 누더기로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큰 틀에서의 제도개선은 이제부터라도 고민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의료계는 자정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으면서 또 한 번 의사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손상하는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에는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2011. 12. 19.
대한의사협회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