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면 맛' 본 순간 "게임 끝"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1.12.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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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2011 혁신상품을 만든 사람들/최용민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 팀장

편집자주 신묘년(辛卯年)은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끊이지 않았던 해였다. '수무푼전'(手無分錢:가진 돈이 하나도 없다)이나 '망자재배'(芒刺在背:조마조마하고 편하지 않은 마음)와 같은 우울한 사자성어가 한해를 축약하는 말로 꼽힐 만큼 침체된 시기였다. 경제 역시 위축됐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얼어붙은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한 '혁신 상품'은 탄생됐다. 머니위크는 송년호를 통해 올 한해동안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복하게 한 혁신상품 개발자들을 만나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 비결을 들여다봤다.

“허허, 진짜 하시려고요?” 수화기 넘어 개그맨 이경규씨의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부터 찾은 그였다. ‘혹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어쩌지’. 새벽잠을 설칠 정도로 안절부절 못하던 그의 마음이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 됐다’는 안도감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한국야쿠르트 F&B마케팅 최용민 팀장은 꼬꼬면의 성공은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빨간국물' 대세를 뒤엎고 '하얀국물'로 지각변동을 일으킬 혁신상품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 라면업계 꼴찌의 반란 “첫눈에 게임 끝”

지난 4월13일. KBS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 라면의 달인에서 개그맨 이경규는 꼬꼬면으로 준우승을 받는 모습이 방송됐다. 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방송을 지켜보던 최팀장의 머릿속에 불현듯 직감이 스쳤다. “아, 저 꼬꼬면은 놓쳐서는 안되겠다.”



당시 라면의 달인 심사위원으로는 최 팀장뿐 아니라 농심, 삼양 등 라면업계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했다. 최 팀장은 그중에서도 꼬꼬면의 상품화 가능성을 직감하고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그가 꼬꼬면을 눈여겨 본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기존의 라면과 상당히 다른 미각을 자극하는데, 그 맛이 꽤 괜찮았다. 둘째, 라면 연구개발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해 온 그의 머릿 속에 꼬꼬면 상품화 단계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리고 셋째, 브랜드와 콘셉트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아무런 설명 없이 이름만 들어도 제품의 특성까지 한 번에 파악되는 이름은 흔치 않았다. ‘게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한국야쿠르트가 라면업계 꼴찌였잖아요.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늘 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미리 계획한 건 아니지만, 기존의 경험들이 모두 준비작업이 된 것 같아요. 틈새라면 등으로 브랜드 제휴 경험도 잇었고, 강호동의 화통라면으로 연예인 마케팅 경험도 적지 않았죠. 꼬꼬면으로 드디어 그 경험을 살릴 기회를 잡은 거죠.”

◆ 혁신? ‘소비자가 답이다’

실제로 그는 꼬꼬면을 기획하는 단계는 물론 마케팅까지 스타마케팅과 소비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개그맨 이경규를 한국야쿠르트 명예홍보이사로 위촉하고 TVCF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이와 동시에 블로그 마케팅 등을 적극 활용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 라면이 출시되기 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소비자들로부터 꼬꼬면의 맛에 대한 평가를 듣고 이를 보완해 가는 과정이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대형마트에서 꼬꼬면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그는 ‘재미’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꼬꼬면은 출발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의 인기 개그맨에 의해 탄생된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 스토리 위에서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제품’. 상품 기획자로서 그는 꼬꼬면을 성공시키며 무엇보다 이 점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고 한다. 12월17일 ‘꼬꼬면 라면대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꼬꼬면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응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 어쩌면 이 대회를 통해 ‘제2의 꼬꼬면’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고민을 소비자들이 같이 해주는 거잖아요. 고마운 일이죠. 근데 더 놀라운 것, 그 소비자들의 참여가 제품이 더 좋아지는 데 굉장히 큰 힘이 된다는 거에요. 소비자들의 이야기는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 속에 아이디어가 있고,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의 해결책이 있으니까요.”

꼬꼬면의 인기에 힘입어 삼양의 ‘나가사키 짬뽕’, 농심의 용기라면 ‘곰탕’ 등 경쟁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최 팀장은 이 역시 꼬꼬면에 긍정적이라며 밝게 웃는다. “원래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는 것이다”고 운을 뗀 그는 경쟁 구도 덕분에 꼬꼬면 스토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고, 그게 소비자에게 또 다른 재미로 다가간 측면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왕에 꼬꼬면으로 하얀국물 라면의 새로운 판이 형성된 마당에, 1등 한번 해보고 싶어요. 먹는 제품은 ‘맛’이 최고의 가치고 진정성이잖아요. 그 진정성을 소비자들이 알아주셔서 감사하죠. 소비자와 함께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가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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