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이 18살, 최연소 지점장 꿈꾼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1.12.1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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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을 나누는 금융]<7>KB금융그룹-국민은행 황인주 계장

충청남도 천안시 국민은행 두정동 지점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지난달부터 출근한 황인주 계장(사진·18) 덕분이다.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인 황인주 계장의 톡톡 튀고 생기 넘치는 목소리에 고객들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는 사무직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원래 직급은 주임이다. 그렇지만 통상 지점의 막내 행원을 계장으로 부른다. 정규직이 연수과정을 거친 후 지점에 배치되면 계장이 된다)

내나이 18살, 최연소 지점장 꿈꾼다


같이 일하는 한 직원은 "너무 즐겁게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국민은행이 지난 3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뽑은 고졸 채용자 8명 중의 한 명이다.

학교의 단독 추천을 받아 면접을 거친 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녀는 "국민은행에서 고졸 은행원을 뽑는다고 해서 학교에서 난리가 났다"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그녀가 다니는 천안여상은 금융특성화고등학교다. 졸업 후에 증권사와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 취직은 했지만 은행에서 채용 문의가 온 것은 10 여 년 만에 처음이다.

황 계장은 은행의 고졸채용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대통령의 정책으로 은행에서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뽑는 것을 압니다. 취업을 못한 대학졸업생들이 여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 뽑힌 것은 아닙니다. 2년 이상을 공부하고 준비해왔습니다. 근데 기적처럼 기회가 온 겁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담당 선생님의 지도하에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부했다고 한다. 금융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방학도 없이 매일 학교를 나왔다.

학원은 고사하고 책과 동영상 강의 비용도 너무 부담이 돼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다.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서는 학교 선생님들이 사비를 내서 강사를 초청해 수업도 해줬다. 그녀는 그렇게 펀드투자상담사와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는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에 다니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내가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서 우리 후배들도 은행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최종 꿈은 '최연소 지점장'이 되는 것이다. 능력 있는 지점장이 돼, 고등학교만 나와도 얼마든지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고졸 채용 바람이 불면서 그녀가 있는 학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대학 진학 보다는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이번에도 총 23명의 학생들이 금융회사에 취직했다.

오는 21일이면 정식으로 첫 월급을 받는 그녀는 당장 국민은행에 적금부터 들 계획이다. 그 돈으로 공부도 더하고, 여행도 해서 견문도 넓힐 계획이다.

황 계장은 들뜬 목소리로 "국민은행 취직에 온 정성을 쏟아주신 학교 선생님과 누구보다 기뻐해주신 부모님께도 선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회생활이 처음이어서 걱정을 많았는데 동료 직원들이 잘 챙겨주셔서 업무도 빨리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업무도 빨리 끝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년 2월 10일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졸업식에서 누구보다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으로 서 있을 그녀가 최연소 지점장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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