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감독의 ‘한국형 머니볼(Moneyball)’ 도전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1.12.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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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미떼 할아버지 다시 야구를 시작하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창단 사령탑을 맡은 김성근 감독./사진제공 오센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창단 사령탑을 맡은 김성근 감독./사진제공 오센


벤처기업인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가 창단한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5일 김성근 전 SK 감독을 창단 사령탑으로 공식 발표했다.

이날 오전 김성근 감독에게 축하 전화를 드려 “조금 더 쉬시지 너무 빠른 것 아니십니까?”라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SK에서 잘리고 벌써 세 달이나 쉬었다. 이제 야구 해야지.”



1942년생인 김성근 감독은 독립구단을 이끌고 프로 2군들과 번외 경기를 펼칠 내년은 만 70세, 우리나이 71세로 80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망팔(望八)’의 나이가 된다. 그런데도 전혀 은퇴 의사는 없다.

김성근 감독이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취임하면 작은 문제가 생긴다. 고양원더스는 12일 감독 취임식을 겸한 구단 창단식을 개최한다. 이후 김감독은 전주에서 훈련 중인 원더스 선수단에 합류해 그라운드에 복귀할 예정이다.



◇ 3개월 쉬고 최초 독립구단 '고양원더스' 감독취임

김성근 감독은 휴식 기간 중 동서식품의 핫 초코 미떼 광고에 출연해 찬 바람이 부는 텅빈 수원 야구장 관중석에 앉아 ‘야구하고 싶다’는 어린이의 말에 ‘나두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제는 ‘나는 야구 다시 시작했어’라고 바꿔야 정확한 답변이 된다.

광고에서 ‘할아버지’로 불리는 것을 듣고도 놀랐다. 20년 이상 지켜본 김성근 감독의 이미지에서 가족, 아버지, 할아버지의 느낌은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저서에서 밝혔듯이 ‘공 하나에 두번째는 없고, 한번 던진 공을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집념으로 살아온 야구 인생만을 김성근 감독은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김성근 감독은 독립구단 창단 감독을 맡은 배경을 설명하며 ‘허민 구단주와 뜻이 통했다’고 밝혔다. 허민(35)구단주는 김감독의 외아들인 김정준(41) 전 SK 코디네이션 코치보다 나이가 적다. 김성근 감독은 나이와 상관없이 오로지 야구로만 소통하고 있다.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으로 열연한 브래드 피트 ⓒ영화 '머니볼' 스틸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으로 열연한 브래드 피트 ⓒ영화 '머니볼' 스틸
◇망팔의 감독 '일구이무'의 야구 집념인생... 은퇴는 없다

오래 이어진 김성근 감독과의 대화는 ‘머니볼(Moneyball)’이라는 영화로 모아졌다. 그는 “안 그래도 ‘머니볼’이라는 영화를 보고 감독님이 생각났습니다. 고양 원더스에서도 머니볼을 보여주세요’라는 연락과 글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꼭 봐야겠다”고 밝혔다.

머니볼(Moneyball)은 무명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2003년 출판해 베스트셀러가 된 책 제목으로 부제가 ‘The Art of Winning an Unfair Game’이다, 번역하면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기는 기술’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자할 돈이 적은 구단이 돈 많은 구단의 값비싼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상대로 싸워 승리하는 방법을 논한 것이 ‘머니볼’이다.

2002시즌 구단 총 연봉 4,1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GM)이 연봉 규모 3배가 넘는 뉴욕 양키스(1억2,500만 달러)에 필적하는 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여기에는 타율 홈런 승수 방어율 등 전통적인 19세기 야구 이론을 뒤엎는 세이버메트릭스(sabremetrics)라는 새로운 이론이 소개됐다.

◇19세기 야구 이론 뒤엎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기적

영화 ‘머니볼’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빌리 빈 단장 역을 맡았다. 세이버 메트릭스는 야구 이론에 통계 분석 기법을 접목한 것인데 ‘득점이 많은 팀이 이긴다’라는 경기 방식에 근거해 타자의 경우 ‘출루율’ 등이 왜 중요한가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가치주’를 평가하는 방법 상의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보면 된다. 2002시즌 오클랜드는 20연승 기록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김성근 감독과 빌리 빈 단장은 현장 감독과 프런트라는 점에서 역할이 다르지만 ‘미신’을 곧잘 믿는다는 점 등에서 여러모로 비슷하다.

김성근 감독은 만년 꼴찌팀 태평양을 맡아 첫해인 1989년 3위로 끌어 올려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태평양 마운드를 김감독이 발굴해 조련한 무명의 세 투수, 박정현 최창호 정명원이 이끌었다. 오클랜드에도 세이버메트릭스 이론에 근거해 드래프트한 마크 멀더, 팀 허드슨, 배리 지토라는 세 투수가 존재했다.

◇'세이버메트릭스' 그리고 한국형 머니볼의 성공

김성근 감독은 기존의 한국프로야구 체제 구단의 감독으로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관중석에서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것과 야구를 계속하는 것에만 의미를 뒀다.

빌리 빈 단장은 ‘야구 팀은 감독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고양 원더스는 김감독에게 사실상 전권을 줬다. 감독과 단장 겸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로운 구단 운영 방식이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고양 원더스가 기존 체제에서 외면당하고 버려진 선수들로 ‘한국형 머니볼’을 성공시킬지 주목된다. 그 여부는 패배에 젖어있는 선수들 중에서 숨겨진 ‘가치주’를 찾아 키워내는 것에 달려있다.



김성근감독의 ‘한국형 머니볼(Moneyball)’ 도전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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