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연기하는 배우의 삶 '리턴 투 햄릿'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1.12.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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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4번째 시리즈···장진 식 코미디의 진수를 연극으로 만나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배우의 삶 '리턴 투 햄릿'


"제게 연극은 시작이자 끝이죠."

연극 대중화를 표방하는 연극열전의 4번째 시리즈 개막작 '리턴 투 햄릿'의 작·연출을 맡은 장 진 감독(사진)을 9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및 시연회에서 만났다.

장 감독은 "(사람들은) 자꾸 내가 오랜만에 연극계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난 뒤지지 않게 작업하고 있고, 내게 연극은 규명이 필요 없는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리턴 투 햄릿'은 '햄릿'을 공연하는 극장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준비하는 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다뤘다. 각자 다른 개성의 배우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겪는 갈등과 삶의 애환을 장 진 식으로 코믹하게 풀었다.

장 감독은 "분장실에서 배우들이 나누는 화법에는 그들의 진짜 생활에 대한 얘기가 있다"며 "누군가 분장실에 와서 엿듣는다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 장진의 '리턴 투 햄릿'에서는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보여지는 배우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연극열전↑ 장진의 '리턴 투 햄릿'에서는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보여지는 배우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연극열전
실제로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들은 이런 모습일까. 궁금증과 호기심은 그들의 대화를 놓치지 않고 집중하게 했다. 하지만 초반 30분이 넘도록 특별한 포인트나 기대했던 재미요소는 나오지 않고 연극인들의 애환을 중심으로 한 평이한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신문에 난 평론가의 글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 잘나가는 동료에 대한 시기와 질투, 가족과의 갈등, 생활의 쪼들림 등 배우들의 삶의 현장이 툭툭 던져진다.

극의 중후반으로 가면서 분장실 배우들의 이야기와 함축된 '햄릿'의 장면들이 마당극 형식으로 짜임새 있게 오가며 장 감독 특유의 엇박자 유머와 코미디 진수가 발산된다. 특히 기발한 상상력의 끝을 보여준 햄릿의 '칼'에게 진술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커다란 칼을 뒤집어 쓴 채 등장한 배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객석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다.

화려한 조명 아래 짙은 분장을 하고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배우들의 분장실 풍경. 오가는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 속에 진하게 묻어나는 애환은 소박함 그 자체다. 햄릿처럼 '죽느냐 사느냐'가 아닌 '자장면이냐 짬뽕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다.


↑ 장진의 '리턴 투 햄릿' 공연 장면. ⓒ연극열전↑ 장진의 '리턴 투 햄릿' 공연 장면. ⓒ연극열전
어쩌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훅 치고 들어오는 4차원 유머나 빵빵 터지게 만드는 코미디 장면이 아닐지 모른다. 아내가 죽었는데도 당장 무대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 매번 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다짐하는 진심이 듬뿍 담긴 무대 뒤편의 모습을 보여준 마지막 10분이 아닐까.

'리턴 투 햄릿'을 통해 유쾌한 웃음과 진한 감동이 뒤범벅 된 그야말로 '남다른' 햄릿을 만날 수 있다. 내년 4월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티켓은 3만~5만원, (02)766-6007.

◇출연: 김원해 양진석 박준서 김지성 이지용 장현석 김대령 김지영 박찬서 이엘 서주환 조복래 강유나 한서진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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