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구설' 국회의원 보좌진, 그들은 누구?

머니투데이 양영권,변휘 기자 2011.12.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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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정직 국가공무원, 정년보장은 안돼… 일정기간 근무시 공무원연금 받아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박모씨(46)가 SLS그룹 관련 구명 청탁과 함께 고급시계를 받은 혐의로 7일 체포됐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씨(27)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국회의원 보좌직원이 관련된 사건이 연일 터졌다. 국회의원 개인이 보좌직원을 뽑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는 비리 사건을 근절할 수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소속 17대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곽모씨가 최근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태와 관련해 지난 6월 구속됐으며 지난해에는 건설업체 은행대출기한 연장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역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윤모씨가 구속됐다. 국회의원 본인이 각종 민원과 로비를 물리적으로 일일이 상대할 수 없는 만큼 보좌진이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좌직원들은 별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신 해당 직급의 최고호봉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받기 때문에 다른 공무원에 비해 처우는 좋은 편이다.

'잇단 구설' 국회의원 보좌진, 그들은 누구?


국회의원 1명은 별정직 국가공무원 4급과 5급 상당 각 2명, 6,7,9급 상당 각 1명 등 총 7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다. 4급 보좌관의 경우 올해 기준으로 연간 급여가 총 6737만원에 달한다. 가족 수당과 자녀 학비 보조수당 등은 별도다. 여기에 일정기간 근무할 경우 공무원연금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 보좌진은 정계 진출의 통로로 활용돼 왔다. 현역 의원과 유력 정치인 상당수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보좌관을, 안희정 충남지사는 김덕룡 국회의원의 비서관,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해 국무총리에 내정됐던 김태호 의원도 한때 이강두 전 의원 보좌관이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번에 체포된 박씨와 함께 이상득 의원실에서 보좌관 생활을 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의 정책 기능이 부각돼 석·박사 학위자와 변호사, 노무사, 금융전문가 등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보좌직원의 전문직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채용은 주로 국회 홈페이지를 통한 공고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정무 분야를 주로 담당하거나 의원을 직접 수행하는 보좌직원의 경우 지역구 출신을 알음알음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씨는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진주 출신이다. 공씨에 앞서 최 의원의 수행비서를 했던 김모 전 박희태 국회의장실 비서도 역시 진주 출신이며, 공씨와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비서는 의원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기 때문에 직급은 낮지만 의원실에서는 보좌관보다 더 실세로 통한다.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수행비서는 그 의원이 어제 저녁에 누구를 만나 밥을 먹고 어떤 술집을 갔는지, 어떤 돈을 받는지조차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그래서 국회의원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실 박 보좌관의 경우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코오롱 출신으로, 국회 보좌진 진출 후에는 줄곧 이 의원실에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씨와 박씨는 각각 최 의원과 이 의원을 마치 '아버지'처럼 모셨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보좌진 채용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조관식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현재의 보좌직원 채용 시스템을 가지고는 계속해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객관적 채용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의 비리로 전체 보좌직원들이 도매금으로 취급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실의 정책 분야 비서관은 "국정감사에 청문회, 선거까지 각종 격무에 시달리지만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이번 일들로 보좌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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