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지는 '상왕' 이상득 의원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1.12.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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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 검찰 체포·소환 앞둬…한나라당 위기 초래 '주범' 비판도

입지 좁아지는 '상왕' 이상득 의원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잇따라 악재가 터지고 있다. 측근들이 이철국 SLS그룹 회장의 정권실세 로비의혹과 관련돼 검찰에 체포되거나 소환을 앞두고 있다. 당내에서도 위기 상황을 초래한 '주범'으로 비판을 받는 등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8일 이 회장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았다 돌려준 것으로 확인된 이 의원의 보좌관 박모씨를 경기 부천시 자택에서 체포했다. 여러 차례 검찰 출석을 통보했지만,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섰다. 검찰은 이 회장의 로비자금이 박씨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소환조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여부를 두고 이 회장 측과 박 전 차관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다, 그 자리에 당시 청와대 인사가 동석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최측근인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왕 비서관'에서 지경부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왕 차관'으로 불릴 만큼 정권의 실세였다. 이에 따라 정권 말로 들어서면서 검찰의 칼날이 본격적으로 이 의원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의 당내 입지도 약화되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역당원 연수회'에서 "한나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5명이 있다"며 그 중 하나로 이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당이 누란의 위기에 처한 것들 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정치를 하려고 하지 않고 공권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뒤, 이 의원도 "대통령을 말릴 생각은 안 하고 정치적 어드바이스(조언)와 인사를 잘못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 안성 지역 당원 1000여 명이 모였는데, 김 전 원내대표의 발언 중 청중석에서 박수가 나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내에서 쇄신을 놓고 연일 재창당설, 당해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으로부터 '상왕'으로 불리며 현 정권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이 의원도 결국 쇄신 대상으로 비난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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