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의 빈 방. 하루 73달러에 묵을 수있다. ⓒ에어비앤비
영국 런던 이슬링턴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복층 아파트. 유기농우유와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에 시리얼과 과일을 곁들여 먹고 아침 일터로 나선다. 밤엔 영국인 친구와 맥주잔을 기울이며 로열웨딩과 김치에 대해 수다를 떤다.
친환경패션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김진화 대표는 지난 4월 이렇게 살다 왔다. 출장길이었다. 친구가 많아서? 아니다. 정보는 소셜네트워킹 기반 중개서비스, 에어비앤비(www.airbnb.com)에서 얻었다. 하루 사용요금은 미화 70~100달러. 비즈니스호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
"숙소 없는 사람들한테 우리 빈 방을 빌려줘서 아파트 월세라도 내자!"
2008년 금융위기 후,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돈벌이를 잃었다. 집을 살 때 진 빚만 남았다. 집 가진 가난뱅이 이른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늘었다. 빈 방은 많았다. 소셜 웹 서비스는 빈 방과 숙소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전보다 쉽고, 저렴하게 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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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에이비앤비의 성장 배경이 되었다. 빈 방과 숙소를 구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이 업체는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이래, 이제 전 세계 1만6000개 도시에 하루 200만 여명의 숙박객을 연결하고 있다. 이들이 내는 숙박비의 10%가 에이비앤비의 수익이다.
소유물을 함께 쓰는 '협력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가 발전하고 있다. 빈 방부터 자동차, 부엌, 휴경지, 의류 등 함께 쓰는 소유물도 다양하다. 이렇게 함께 쓰면 노는 물건이 없어진다. 작아진 옷은 이웃 아이가 입고, 주차장에 오래 세워둬 배터리가 방전되곤 했던 차는 이웃이 쓴다.
국내에서 <위 제너레이션> 저자로 알려진 레이첼 보츠먼은 세 가지 협력 소비를 장려한다. 중고물품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면 제품의 생명주기를 연장시키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부동산, 기술, 시간을 공유하면 서로 저렴하게 여행하거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제품을 사지 않고 그 효용에 돈을 지불하면, 소유할 필요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빌 클린턴 재단 이사를 역임하고 지금은 콜레보레이션펀드의 파트너로 일하는 보츠먼은 시드니에서 지난해 열린 테드(TED) 강연에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협력 소비를 히피보다 힙(hip)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힙하다'는 건 영어로 세련되고 현대적이라는 은어다.
그린카는 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카셰어링’ 서비스다. ⓒ그린카 블로그
연 회비 5만 원을 내면 그린카가 있는 지역에서 마음대로 차를 골라 한두 시간이든 하루 이틀이든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반납 후 자동으로 사전 등록된 신용카드로 결재된다. 차종에 따라 이용료는 1시간 당 2700~1만 원 대.
쑥쑥 크는 아이들을 둔 가정을 위한 협력 소비 사이트도 열렸다. 아동의류 교환사이트 ‘키플(www.kiple.net)’이다. 이 사이트에선 아이들이 안 입는 옷을 꾸러미로 묶어 올려두고 다른 아이들의 옷을 꾸러미로 받을 수 있다. 꾸러미 하나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8000원의 수수료와 4000원의 배송료 등 1만2000원. 티셔츠 한 장 가격이다.
키플은 지난 10월 기업가정신재단 주최 청년기업가대회 본선에 진출한 데에 이어, SK행복나눔재단이 선정한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에서 3등상을 받았다.
이성영 키플 대표는 "아직 꾸러미 교환이 일어나기 전인데도 지상파 방송사에서 취재해갔다"며 "협력 소비 서비스업체들이 페이스북에 만든 포럼에도 일반인 참여가 꾸준히 느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영 키플 대표가 봉투를 받아 아이들 헌옷을 집어 넣고 꾸러미를 보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준필 인턴기자 choijp85@
이 교수는 "소유에 대한 문제와 소비에 대한 문제가 다르다"며 "소비주의가 문제가 되는 건 많이 사기 때문이지 많이 쓰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면 운행가능기간은 평균 120개월인데 실제 운행기간은 평균 3개월뿐이라는 것이다.
협력 소비가 늘어 소유하려는 수요가 줄어들면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이 교수의 답이 '힙'하다.
"모든 변화는 위협이자 기회입니다. 소유하게 하는 대신 접근성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 됩니다."
멋진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네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