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4년 7월부터 7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가족상담실장은 다른 말로 고충상담실장이다. 자기 고민은 뒤로 하고 남의 고민부터 듣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요즘은 배에 통신 시설이 있어서 선원들과 가족들이 연락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정 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 많이 좋아진 거죠. 예전에는 연락이 두절된 채 몇 달 만에 만나기도 했으니까요"
선원들의 자녀 교육에도 관여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자금 또는 유학비를 지원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신혼부부나 객지에서 온 무주택 사원들에게는 아파트도 저가에 제공한다. 부득이하게 선원 가족이 이혼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때는 법률자문도 해 준다.
선원과 관계된 일이라면 안 하는 일이 없는 셈이다. 아프고 가려운 곳은 가리지 않고 어루만지고 긁어주는 게 조 실장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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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78년부터 25년 배를 타본 경험이 선원들의 생각과 고충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가 배를 탔던 계기는 가난했던 시절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제도에서 태어나 해병대를 전역하고 결혼한 지 1년 만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출선을 탔다.
그 역시 승선 후 2년이 지나 집에 왔을 때 부인에게 낯설다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로 가족 문제는 선원들의 고민거리였다.
1992년 현대상선에 입사한 뒤에도 12년간 배에서 생활했었고 그런 경력을 눈 여겨 본 해무팀장으로부터 제의를 받아 상담실 업무를 하게 돼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해운업에 몸 담은 이후 가장 보람 있던 일을 묻자 해상 근무 시절 무용담을 들려줬다. 1995년 태평양을 지날 때 샌프란시스코 도착 이틀을 앞두고 난파선으로 가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60대의 아버지와 그 아들이 호주에 갔다가 캐나다로 가는 길에 풍랑을 만나 배가 뒤집혔던 것. 높은 파도 속에서 그들을 구했다. 이 사건이 실시간으로 미국에 알려졌다.
조 실장은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은인이 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며 "지금 하고 있는 일 역시 누군가에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여기므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