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확대되는 시장의 변동성

머니투데이 장득수 현대인베스트먼트 전무 2011.1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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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확대되는 시장의 변동성


우리말의 좀 거친 표현 중에 '미친년 널뛴다'는 말이 있다. 정신이 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널까지 뛰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른다는 의미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이 말이 자주 생각난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쉽게는 하루 고점과 저점의 차이를 측정하는 방법, 전일 대비 주가 변동률이 일정 수준, 이를 테면 ±2% 이상 변하는 날 수의 계산, 혹은 20일 주가 변동률의 표준편차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좀 복잡하게는 옵션 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소인 내재변동성의 값을 구해 시장의 변동성, 즉 위험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쉬운 하루 ±2% 이상 변동한 거래일수로만 보면 금년 들어 12월 2일까지 총 229거래일중 17.9%안 41일이 2%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했다. 대략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2% 이상 심하게 오르고 내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증권시장이 유달리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이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국내경제 변수보다는 해외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독일도 수출 비중이 46%선인데 독일주가지수인 DAX의 움직임을 보면 7월 중순 연중 최고치인 7300까지 갔다가 9월 초엔 연중최저인 5000, 현재 6,000선을 넘나드는 것을 보면 심한 변동성을 알 수 있다(기본적으로 유럽 금융위기 영향이기는 하지만 독일 시장의 변동성이 유럽 여타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한 한국경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25%로 매우 높은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IT산업이라는 것이 워낙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속성과 더불어 상당수 제품의 경우 재고가 되는 순간 폐기처분 해야 하는 성격으로 인하여 시장 변화에 빠르게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세번째는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형 장기투자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은 14%(2010년 기준)로 미국의 84%, 호주의 72%, 일본의 30%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국민연금이 꾸준한 주식 수요자로서 큰 받침돌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타 기관들은 단기적인 펀드 수익률 경쟁으로 장기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주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의 1/3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입출금이 전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투자 환경하에서 마음껏 대규모로 매수, 매도를 통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요즘 같은 때는 본국의 사정에 의해 기업 펀더멘탈과는 관계없이 주식을 사고 판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주가가 낮다고 느껴도 거기서부터 한 두 단계 더 빠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섯번째는 발달된 파생상품 시장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선물 옵션 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거래가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이다. 지난 도이치 증권의 동시호가 대량 매도에 따른 주가 폭락사태에서 보았듯이 현물과 연계하여 언제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섯번째는 급한 한국투자자들의 성격이다. 급한 한국인 성격이 빠르게 변하는 IT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증권업도 예외는 아니다. 급한 성격은 세계에서 가장 신속한 HTS를 만들었고, 최근 전용회선 속도 문제로 ELW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파생시장의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 급한 성격에 2008년 금융 위기 때의 트라우마가 겹치면서 주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못 참는 시장 변동성을 가져온 것이다.

일곱번째는 전세계 주식시장이 개별 종목의 매출이나 이익 등과 같은 펀더멘탈적인 요인 보다는 미국 경제사정이나 유럽 금융위기, 중국 인플레 등 거시변수에 의해 과거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가라는 것이 개별적인 요소와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의해 움직이기는 하지만 근래에 들어와서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라고 부르며 장이 올라갈 것 같으면 일시적으로 비슷한 종목군에 올라타고, 하락 기미가 보이면 단숨에 팔아 버리는 투자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종목간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알 수 있다. 즉 30개 대표적인 종목을 골라 일정기간 종목간 상관계수의 평균을 구해보는 것이다. 한때 60%를 상회했던 이 수치는 최근 50%대를 보이고 있는데 3년 평균을 구해보면 18.6%에 불과하다. 그만큼 지금 종목들의 움직임이 같은 방향, 즉 같이 오르고 같이 빠진다는 얘기다.

내년은 금년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우려하고 있는 그리스는 별문제 아니다. 아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1829년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그리스는 거의 200년에 가까운 근대사에서 5번의 국가 채무를 갚지 못했고 90년, 즉 근대사의 50% 가까운 시기를 국가 디폴트 상태로 지내왔다. 과거 IMF 금융위기 시절 국가가 부도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고 금 모으기,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회생했던 우리와는 태생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스가 망하면 연쇄적으로 전유럽이 파산할 것으로 겁을 주지만 일부 은행이 부도나는 일은 있어도 독일과 프랑스가 버티고 있는 한 유럽의 전반적인 파산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메스를 대야할 곳에 진통제와 수면제로 연명하고 있고 이것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도 그렇지만 내년에 한국에는 커다란 선거 2개가 버티고 서있다.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이다. 20년만의 동시 패션이다. 선거가 있는 해라고 주가가 크게 다르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현재의 경제 상황이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주식시장에는 불안한 요인으로 다가올 것이고 이는 결국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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