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는 100원만 주겠다고 하고 MBC SBS KBS2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280원을 달라고 고집했다. 디지털 케이블 상품 신규가입자가 한 명씩 늘 때마다 매월 케이블업체가 지상파 방송사측에 줘야하는 돈이다.
지난 24일부터 HD방송 송출이 중단된 28일까지 벌어진 일이다. 지상파들은 저녁 메인 뉴스를 통해 일제히 케이블업체를 공격했다. "케이블TV가 시청자를 볼모로 지상파를 압박한다"는 게 요지다. KBS 노동조합원들이 방통위로 몰려가 "최시중 위원장이 100원 합의를 압박했다"며 시위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자(국민)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주파수를 돈 한푼 내지 않으면서 수십년간 사용하고 있다. '방송발전기금' 명목으로 연간 600억여원 가량을 내지만 통신사들이 주파수에 내는 돈(연간 수조원)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다.
통신사들은 치른 값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돈을 내고 주파수를 샀어도 제대로 투자를 안하면 패널티를 내야한다. 국가가 쓸 수 있는 기회비용을 뺏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는 주파수를 아예 회수한다. 애초 지불한 주파수 값은 찾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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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짜로 받은 주파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케이블업체와 싸우고 있다. 정부가 공짜로 주파수 사용을 허가한 이유는 국민에게 '무료 보편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을 서비스하라는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는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채 케이블업체에게 운명을 맡긴 채 손을 내밀고 있다.
근거는 KBS2다. 방송법상 케이블이 의무적으로 전송해야하는 채널에서 KBS2가 빠져있다. 즉,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틀렸다. KBS1과 KBS2의 예산은 분리되지 않았다. 수신료는 KBS2 운영에도 사용된다. 알만한 사람들이 "참 염치 없다. 최소한 KBS만은 저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유다.
'애·정·남'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자, 지상파와 종편PP(1일날 일제히 개국하는 그 분들이다)의 차이가 뭐냐고요? 애정남이 정리합니다. 자∼없습니다~잉!. 지금까지는 주파수를 가지면 지상파, 없으면 종편PP였는데 이젠 차이가 없는겁니다∼잉. 왜냐구요? 케이블이 끊으면 끊기는 처지인데 지상파가 종편PP과 다를게 없잖아요. 자, 그런데 종편PP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잉. 왜? 종편PP는 그나마 방송법에 케이블이 의무전송하게 돼있거든요∼잉."
상업방송의 돈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방송사가 지켜야할 공공성이 '지나는 개가 물어갈' 단어가 된 대한민국 방송의 현주소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