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김 부장이 러시앤캐시 단골인 이유?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박종진 기자 2011.11.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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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1~4등급이 14%… 절차 간단해 '몰래' 쓰기 좋고, 대출정보 공유도 안돼

억대 연봉 김 부장이 러시앤캐시 단골인 이유?


국내 굴지의 대그룹에 다니는 김모 부장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의 단골(?) 고객이다. 그의 신용등급은 2등급. 좋은 조건에 은행 거래를 하기 충분하다. 월급통장까지 있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연봉은 1억원이 훌쩍 넘고 자산도 넉넉하다. 그렇다면 김 부장은 왜 대부업체를 찾을까.



그의 설명은 이렇다.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고교 동창들을 만나기로 한 김 부장. 자기가 '쏠' 차례인 것을 안다. 1차 밥값에다 2차 술자리까지 하면 금액이 만만치 않지만 그보다 걱정은 결제방식이다. 신용카드를 긁으면 부인에게 들통 나기 십상이다. 부인의 잔소리는 더 무섭다. 마이너스 통장도 마찬가지다.

은행에도 소액 대출이 있지만 기록이 남는다. 이때 찾게 된 게 러시앤캐시와 같은 대부업체다. 간단하고 신속하게 돈을 빌려준다. 200만~300만원 정도면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기록도 남지 않고 주위 사람에게 들킬 염려도 없다.



은행 등 제1 금융권의 금융정보는 공유되고 있는 반면 대부업체의 정보는 회사별로만 갖고 있다. 신용도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김 부장에겐 이만한 대출 창구가 없다. 김 부장 같은 '멀쩡한 고소득 고객'이 대형 대부업체의 주요 고객이라는 게 숫자로도 확인된다.

29일 금융당국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국내 1, 2위 대부업체인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산와대부 등의 고객 구성을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 1~4등급이 전체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거래가 가능한 5, 6등급 이용자까지 합치면 무려 45%에 이른다.

이들 대부업체 이용자 2명 중 1명은 신용등급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직업별로도 매달 소득이 일정한 회사원이 73%나 차지했다. 이밖에 자영업자 20%, 기타 7% 등이다. 저신용자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대부업 시장으로 간다는 '속설'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얘기란 의미도 된다.


대부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외로 대형 대부업체 주 고객층 중에는 화이트칼라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며 "가족 모르게 단기간 돈을 융통하고자 하는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리는 연 39%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실제 이용방법에 따라 체감 금리부담은 천양지차다. 예컨대 1000만원을 빌려 1년이 지난 뒤 1390만원을 갚아야 한다면 부담이 된다.

하지만 사례에 등장한 김 부장의 경우 300만원을 빌렸다가 열흘 뒤 부인이 모르는 보너스가 나와 잽싸게 갚았다. 연 39% 금리지만 김 부장이 낸 이자는 불과 3만원 남짓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대형 대부업체들은 많은 우량고객을 확보한 후 단기간 대출을 운용하는 '박리다매'형 으로 수익을 많이 낸다"고 밝혔다. 대부업체 이용의 또 다른 '매력'은 제도권 금융사와 정보공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즉 아무리 자주 이용하더라도 전산기록에 남거나 이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이 없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이 같은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관련 대책도 적절히 세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경영인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은행권이 자회사를 통해서라도 대부업체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대출이 아니면 아예 30%대 고금리로 쏠리는 대출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금리의 대출상품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상당수 이용자들은 제도권에서 돈을 못 빌려서가 아니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한다"며 "소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 대출시장 구조개선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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