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잡스의 부재와 삼성의 '퍼스트 무버' 선언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1.11.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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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쇼크 2년 후 스마트폰 세계 1위 올라선 삼성...신종균 "업계 리더로서 책임감"

↑퍼스트 무버로서의 삼성전자 첫 작품 '갤럭시 노트'.↑퍼스트 무버로서의 삼성전자 첫 작품 '갤럭시 노트'.


2009년 11월28일 우여곡절 끝에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됐다. 아이폰3G가 미국에서 출시된 지 505일이 지난 뒤, 아이폰3GS가 출시된 지는 162일이 지난 뒤였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고 2년이 채 되지 않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꼭 2년뒤 2011년 11월28일 삼성전자는 신개념 모바일 기기 '갤럭시 노트'를 국내에 선보이고 '퍼스트 무버(선도기업)'로 서겠다고 선언했다.



미디어행사는 당초 12월로 예정됐으나 1주일이나 앞당겼다. 급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해서인지 행사 주최자인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신 사장이 갑작스럽게 떠날 만큼 일정을 변경한 것은 롱텀에볼루션(LTE)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SK텔레콤 (51,400원 ▼200 -0.39%)의 의도와 패스트 팔로워(1등을 빠르게 따라잡는 기업)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로 서려는 삼성전자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서다.



삼성전자로서는 아이폰 도입 2주년이 퍼스트 무버를 선언하는 날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 사장은 제품 설명을 마치고 "삼성전자는 전세계 스마트폰 1위이자 LTE 기술에서 있어서도 확고한 리더십 가지고 있다"고 못박았다. 신 사장이 미디어데이 때 제품 설명이 아닌 삼성전자의 위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 사장의 선언(?)은 이어졌다. "업계 리더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비전과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그 첫 작품이 갤럭시 노트"라고 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뛰어난 제품으로 혁신적인 진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28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누적기준으로도 6090만대로 세계 1위다. 4분기에도 애플이 삼성전자를 이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퍼스트 무버를 선언하기에 무리가 없는 위치다. 하지만 2년전 아이폰이 도입됐을 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9년 4분기 삼성전자는 세계 2위 휴대폰 제조사였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노키아, 애플은 물론 HTC, 리서치인모션(RIM) 등 당시로서는 낯선 이름의 회사한테도 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6월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인 발을 내딛였으나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였다. 하지만 지난 4월 '갤럭시S2'를 내놓은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2분기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고 여세를 몰아 1위까지 올랐다.

많은 이들은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것은 아이폰 쇼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휴대폰 세계 2위라는 자리에 안주했다면 노키아의 몰락을 따라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창조적 모방이 없었다면 혁신도 없다는 의견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치에 올라 선 것이 아이폰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단순 베끼기가 아니라면 창조적 모방은 혁신의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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