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최대주주 유진에 반발한 숨은 이유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11.11.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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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 현금 900억+차입..2조 하이마트 인수, 이자부담 하이마트 몫
-2008년부터 연800억… 지난해까지 총 3000억 부담 추산
-인수자금 이자부담 하이마트가 져 최대주주 입지 약화돼


하이마트 (9,350원 ▲30 +0.32%)의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최대주주 유진그룹과 창업자 선종구 회장 사이의 갈등이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하이마트의 팀장급 이상 전 임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극한대결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과도한 차입금에 의존했다는 것에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차입부담 가운데 상당부분을 하이마트에서 지다보니 최대주주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이마트, 최대주주 유진에 반발한 숨은 이유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2008년 유진그룹에 인수된 직후 전체 인수금액의 70%에 해당하는 이자부담을 떠안았다. 약 1조95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 중 약 1조4000억원 정도에 대한 이자를 하이마트가 낸 것이다.



유진그룹은 2008년 1월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했다. 유진기업 (3,420원 ▼10 -0.29%)은 이 가운데 899억원의 보유현금과 3300억원의 차입 등 4199억원을 부담했다. 하이마트 창업자 선종구 회장은 1900억원의 사재를 털어 넣었다.

나머지 1조4000억원은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수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유진-하이마트 홀딩스가 차입과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장기차입금이 1조1000억원 규모이고 CB가 3000억원 규모다.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인수 성공 후, 유진-하이마트 홀딩스와 하이마트를 합병시켜 결국 장기차입금과 전환사채는 하이마트가 부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차입인수로 유진그룹과 하이마트 모두 과중한 부채부담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마트가 차입인수로 인한 이자부담이 연간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마트 재무제표에 따르면 합병 전까지 180억~190억원 수준의 이자부담을 지고 있었지만, 합병 이후인 2008년에는 1215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이마트, 최대주주 유진에 반발한 숨은 이유
2009년에도 이자부담이 1030억원에 달했다. 2010년에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하며 재무제표 작성 방법이 달라져 전년과 수평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이자비용은 767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기업공개 이후 차입금 부담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유진그룹 인수 이후, 하이마트는 총 3000억원 가까운 이자부담을 추가로 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하이마트의 자본금 955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유진그룹 측에서 하이마트가 그룹 계열사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던 배당금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은 배당을 할 여력이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매년 800억원 가까운 새로운 이자비용 때문에 합병 이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배당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이마트는 합병 후 2008년 621억4200만원, 2009년 371억7500만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2010년에는 1065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K-IFRS 도입에 따라 감가상각비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 이후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 중 대부분을 하이마트가 지다보니 최대주주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임직원들이 선 회장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는 것 역시 이 같은 차입구조가 이면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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