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작은남자' 6년만에 매출 200억 비결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12.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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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젊은층 강타한 잡스 증후군/온라인 쇼핑몰 멘토링

‘인터넷 쇼핑몰이나 해볼까?’

직장 상사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거나 카드사의 흔적만 남은 잔고 없는 월급통장을 보고 있노라면 으레 드는 생각이다. 흔한 치킨 전문점도 모아 둔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니 20~30대 직장인이 눈을 돌리기 쉬운 곳이 온라인 쇼핑몰이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지난해 매출규모 25조원으로 전체 백화점 매출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하다. 해마다 15%씩 성장하고 있으니 ‘돈이 몰리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몰리면 자연스레 사람도 몰리는 법. 2008년 상반기 3만3000명 수준이던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는 2009년 3만9000명, 2010년 5만2000명으로 증가하더니 올해 상반기 6만6000명까지 증가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90% 이상이 창업 6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성공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온라인 집객 효과가 뛰어난 연예인조차 명성을 팔아 도전해도 숫한 실패를 낳기도 하는 곳이 온라인 쇼핑몰이다.



초보 창업자가 창업 6개월의 위기를 극복하고 1%에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업 성공자의 멘토링을 통해 초보 창업자의 성공 전략을 찾아봤다.

<멘토링 참가자>

멘토-권명일(28·이하 권) 패션홀릭 대표-공식적인 키는 170cm지만 사실 169cm이라고 실토하는 순박한 남자. 2005년 자신과 같은 남성들의 비주얼을 책임지겠다며 남성 의류 쇼핑몰 <키 작은 남자(www.smallman.co.kr)>를 창업해 6년 만에 2000배의 성장을 거뒀다. 현재 BSQT라는 신발 브랜드를 내놓고 연 1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젊지만 당찬 CEO.

멘티-박성숙(36·이하 박) 초보 창업자-내 사업이 하고 싶다며 수년 전 S그룹에 사표를 던지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막무가내 여성. 커피 전문점 등 서너번의 창업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 보다가 올해 9월 악세서리 쇼핑몰 <레이디 래빗(www.ladyrabbit.co.kr)>을 통해 반전을 엿보는 중. 현재 매출은 0에 수렴.



'키작은남자' 6년만에 매출 200억 비결은?


권명일 패션홀릭 대표(사진=류승희 기자)

-이제 막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시작한 새내기 사업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방송을 통해 2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창업 과정이 궁금해요.

-2005년 11월 초 전역을 앞두고 창업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소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고 전문대 패션디자인과 출신이어서 인터넷 홈쇼핑으로 영역을 설정했습니다. 어머니가 일본에 계셔서 우선 일본에서 옷을 납품하는 아르바이트와 서빙을 통해 5개월 동안 사업 밑천 500만원을 모았습니다.

아이템은 3~4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쇼핑과 관련된 글들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체구가 작아 입을 옷이 없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더군요. 일본인들이 보통 한국사람보다 체구가 작잖아요. 그래서 ‘일본에 있는 옷을 가져다 팔아야겠다’고 계획한거죠. 한국에 돌아와 창업 할 때 어머니가 500만원의 현물을 지원해주셨고요. 1000만원으로 시작한 셈이죠.

-창업을 하니 돈 들어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한번에 목돈을 쏟아 부으려니 걱정만 됩니다. 특히 홍보비가 상당해요. 주요 신생 인터넷 쇼핑이 할 수 있는 광고 형태는 많지 않은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쪽이 키워드 광고예요.

한달에 20만~30만원씩 드는데요. 키워드 광고를 하면 일단 2배 정도 방문객이 늘어요 하지만 포인트가 언제 어떻게 소멸되는 지 알 수 없고, 마케팅비용이 그대로 매출로 연결되는지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꽃배달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포털에 비용을 지불하고 포인트를 구매하면, ‘꽃배달’이라는 검색어에 해당 홈페이지가 노출되는데, 이를 통해 유입되는 클릭 건수 당 사업자의 포인트가 삭감되는 방식이다. 즉 구매와 무관하게 포털을 통해 들어오기만 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제가 시작할 때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돈 500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기업화됐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죠.

창업 자금이 넉넉지 않았던 저는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홍보비를 대폭 줄였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 남성 의류와 관련된 질문에 '키 작은 남자'라는 온라인 쇼핑몰이 준비 중이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1년 동안 잠자는 시간 2~3시간 빼고는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었어요.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운 셈이죠.

한번은 열심히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키 작은 남자'가 검색어에 랭크되기 시작했어요. 미친 듯이 폭풍 댓글을 달았더니 2위까지 오르더군요. 그날 검색어 1위가 ‘설기현 자책골’이었는데 너무 막강했어요. (웃음)

사이트 오픈 전부터 홈페이지 방문 고객을 관리한 것도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키 작은 남성을 위한 코디법이나 성장기 좋은 음식 등 우리 고객에 맞는 정보들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키 작은 남자의 고객층은 주로 중·고 남학생이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에도 꼼꼼히 답변을 달았고요. 그러고 보니 운영자와의 야자타임이란 코너가 생각나는군요.


박성숙 초보 창업자(사진=류승희 기자)

-현재 하루 평균 구매건수가 두 건 정도로 극히 미진한 상태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제가 매출을 늘릴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그 두명의 고객을 절대 놓치면 안돼요. 저는 뜯어버리면 버리게 되는 포장지 가격을 낮추는 대신 고객 감동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은 일반화된 ‘추억의 불량식품’이나 ‘일본 라면’을 상품과 함께 보내는 걸 제가 제일 먼저 했어요. 손 편지도 썼고요.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시라’고 하기도 했어요. 오히려 반품률이 줄더군요. 반품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당장 고객이 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들은 반드시 재구매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게 됩니다.

요즘 뜨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저희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월 10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되고 있는데 꾸준히 증가추세입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해보세요.

-제품 구입은 어떻게 하세요? 비결이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본에서 옷을 받았다가 지금은 동대문에서 구입하거나 직접 제작하고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인지도가 없을 때는 동대문에서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는데 이제 규모가 커지니까 많이 알아보시고 잘 대해주세요. 특별한 물건보다는 소위 ‘요즘 뜨는 물건’을 가져다 놔요. 동대문은 이미 검증된 시장이잖아요.

상인들께서 추천하는 물건도 잘 챙깁니다. 우리 홈페이지를 분석하고 맞는 물건을 챙겨주시기도 해요. 그분들도 매출을 높이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잘 팔리는 물건을 줘야하거든요. 그래야 서로 윈-윈이 되죠. 하지만 처음에 문전박대했던 매장에서는 거래하지 않아요. 소심한 복수라고 할까요? (웃음)

-위기는 없었나요?

-2009년 온라인 남성의류 1위에 올라서면서 기업화되다 보니 주문물량이 너무 많아졌어요. 하루 개인당 인건비 7만~20만원을 들여 아르바이트 100명을 고용했지만 오히려 일만 난장판이 된 거예요. 도저히 창업 초기 약속했던 주문 후 익일배송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이유를 설명하고 당분간 휴업을 하겠다는 편지를 홈페이지에 올렸어요. 그동안 들어온 돈은 모두 환불해드리고 한 달 동안 영업을 안 했더니 까먹은 돈만 10억원이 넘었어요.


(사진=류승희 기자)

회사를 재정비해서 오픈했는데 반응이 그야말로 대폭발 수준이었어요. 한 시간에 수천만원의 돈이 마구 들어왔어요. 오픈 2시간 만에 모두 품절됐죠.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죠. (그의 수첩 첫 페이지에는 ‘위기를 기회로 -마쓰시타 고노스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본 마쓰시다 기업의 창업자다.)

-하지만 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막 창업한 저로써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보통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모두 따라하면서 성공할 수는 없어요. 잠을 못 자고 친구를 못 만나는 것은 당연하고요. 오로지 사업 생각만 해요. 2007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받은 치료비를 온라인 광고와 물품 구입에 썼을 정도니까요.

보통 자기 사업을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그러니까 특별한 아이템과 품목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잖아요. 전체 수요의 대부분이 일반적인 제품을 사용하는데 10%의 특별한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면 성공 확률이 그만큼 낮다고 봐요.

내가 좋아하는 품목을 선택했다면 매출이 오르지 않더라도 불만을 가져선 안됩니다. 나만 좋아한 물건이니까요. ‘대중이 원하는 코드’를 찾는 것이 창업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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