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아파트값 하락, "박원순 효과 맞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11.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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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 재건축 논란<1>]3월부터 하락지속… "투자심리 냉각이 더 큰 요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이명근 기자↑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이명근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기류가 심상찮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사업 자체에 부정적이어서 개발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가하면 가격이 급락할 것이란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안 주민공람이 전격 취소된데 이어 서울시가 개포지구의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잠정 보류하면서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박원순 효과'는 재건축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아파트값 하락세는 올 봄부터 지속된 것으로,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투자자 중심의 재건축아파트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금융위기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원순 효과'로 재건축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시장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값 하락, "박원순 효과 맞아?"
◇3월부터 줄곧 마이너스… 개포지구 1억원 이상 빠져
재건축아파트값은 10·26 재보궐 선거 이후 단기 급락한 것이 아니라 3월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2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2월 소폭 오름세로 출발한 서울 강남구 재건축아파트값은 3월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달보다 가격이 0.48% 빠지더니 6월에는 1.12%, 9월에는 2.77% 각각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1.01%, 이달은 18일 현재 1.49% 내림세를 기록했다.


최근 재건축 논란의 중심인 개포지구 사정도 비슷하다. 개포동 재건축아파트값은 2월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매달 1%를 웃도는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지난 9월에는 5.28% 급락하기도 했다.

강남 주요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은 하향 조정을 거듭해 올 초보다 1억원 안팎 떨어졌다. 연초 8억2000만원을 호가하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2㎡(이하 공급면적)는 현재 6억8000만원 선이다. 같은 단지 36㎡는 7억2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49㎡는 9억원에서 7억80000만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올 초 6억7000만원선이던 개포시영 44㎡는 현재 5억8000만원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는 올 초 9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8억7000만원에 팔렸다. 연초 11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 단지 115㎡는 최근 10억6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재건축은 장기침체 국면… 박원순 효과, 주범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을 맞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며 박 시장으로 인해 가격이 급락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박 시장 당선 이후 투자심리가 더 위축돼 재건축 거래나 가격이 당분간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강남 재건축시장은 올 초부터 약세를 지속하다가 8월 미국 국가신용 등급 강등 여파가 반영되면서 9월에 급락했다"며 "박 시장 당선 이후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는 형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창훈 개포동 남도공인 대표는 "신임시장이 재건축사업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매수대기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았다"며 "올들어서만 평균 1억∼1억5000만원 안팎 가격이 하락한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올 초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재건축시장은 이미 수개월째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실수요가 아닌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다보니 작은 악재에도 매수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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