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2억 토사장 "한국 분식, 세계서도 먹힐 맛"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1.12.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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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스쿨스토어 CEO 가수 토니안

사람들이 화려한 무대 위 모습만 떠올리는 동안 그는 밖으로 CEO로서의 본능을 차근차근 키워가고 있었다. 연예매니지먼트업체인 TN 엔터테인먼트와 교복업체 스쿨룩스에 이어 최근 외식프랜차이즈사업까지, 회사 세 개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가수 토니안에 대한 얘기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스쿨룩스는 4대 교복업체로 발돋움했고 스쿨스토어는 오픈 한 달 만에 매출 2억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연예인 토니안이 아닌 ‘CEO 토사장’의 모습이.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16일 강남역 스쿨스토어 1호점을 찾았다.



◆ “출격, 분식으로 세계 정복!”

가게 앞 세워진 차림표에는 떡볶이며 김밥 같은 분식들이 잔뜩 적혀 있는데 내부는 마치 세련된 커피숍 느낌이다. 커피숍에서 떡볶이를 먹는 기분은 어떨까, 이색적인 조합의 결과가 궁금하다.



“많고 많은 음식점 중에서도 왜 분식점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제가 연예인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먹어 본 음식이 분식이더라고요. 녹화 중간 쉬는 시간 대기실에서, 또 이동 중에 차 안에서 늘상 먹었던 게 김밥이며 떡볶이 같은 거였으니까요. 누구보다 분식을 많이 먹어 봤으니 고객들이 원하는 맛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었죠.”
월매출 2억 토사장 "한국 분식, 세계서도 먹힐 맛"


(사진=류승희 기자)

10년 넘게 분식 마니아의 내공을 쌓은 덕일까. 까르보나라 떡볶이, 먹물 포카치아 크림 떡볶이 등 톡톡 튀는 메뉴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모든 메뉴를 개발하고 선보이는데 토니안이 하나하나 의견을 더하고 꼼꼼히 챙기는 것은 물론이다.

톡톡 튀는 메뉴에서 짐작되듯 이곳 고객들은 대부분 20대 젊은 여성들. 토니안은 “아마 분위기가 분식집이라기 보다는 카페에 가까워서 20대 고객들이 친구들을 만나거나 모임을 갖기 위해 많이 찾는다”며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소개한다. 그런데 이 여성친화적 콘셉트를 착안 한 곳이 ‘군대’란다. 또 한번 예상을 뛰어넘는 답변이다.


“군에서 라디오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장병들이 제일 많이 보내오는 고민이 뭔지 아세요? 바로 데이트예요. 주머니는 가벼운데 그렇다고 여자친구를 분식집에 데려갈 순 없잖아요.”

데이트할 수 있는 분식집. 토니안은 틈새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분식 메뉴에 대한 그의 평소 철학(?)도 이런 가능성에 확신을 불어넣었다.



“대부분은 분식을 한 끼 ‘때우기’ 위해 찾는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급하게 서둘러 때우고 마는 음식이 아니라 여유 있게 분식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분식은 길거리 음식이지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세계에서도 먹힐 만한 맛이라고 생각해요.”

토니안의 설명을 듣자니 해외 진출의 포부도 살짝 엿보인다. 그 역시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생각 중이다”고 슬며시 웃는다. 한류 스타로서 해외 체류가 잦은 그는 해외에서 한국 음식의 인기를 실감한 적이 여러 번이다. 미국의 햄버거처럼 한국의 길거리 음식인 분식도 세계적인 메뉴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한껏 상기됐다. 지금껏 한류 스타로서 그의 인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CEO 토니안'의 진짜 목표다.

◆ “가맹점주 얼굴에 웃음꽃 필 때까지”



지난 9월 론칭했으니 이제 겨우 두 달이 채 안된 새내기 프랜차이즈. 하지만 그새 벌써 5개의 가맹점을 성공적으로 오픈했고, 내년에는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두가 스쿨스토어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잖은 것이 사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스타의 유명세 덕분에 초창기 '반짝' 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토니안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 역시도 초창기 가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연예인 후광이 컸다고 인정한다. 사뭇 진지해진 그가 CEO로서 경영철학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스쿨스토어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가맹점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이 CEO 토니안의 기본 생각이다. 지금은 사업 초창기인만큼 가맹점주 교육부터 물류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가맹점주들의 매출이다. 체계적인 시스템도 다 매출이 올라야 소용이 있는 것이다.



“제가 스쿨룩스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가맹점주들과 함께 워크숍을 가면 점주들 표정만 봐도 딱 알아요. 아, 지금 장사가 잘 되는구나. 많이 힘들구나. 표정이 안 좋으면 왜 그런지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좋게 할까 연구하고. 그러니 CEO로서 제 주업무가 그거예요. 사람들 표정 살피는 거, 하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기존 사업들로 옮아갔다. 연예매니지먼트와 교복, 그리고 분식. 어떻게 보면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분야인데 하나도 아닌 세 개의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말처럼 ‘표정을 살펴야 할 사람’만 해도 수 백명에 달하는 규모가 아닌가.

“연예매니지먼트는 평생 제가 속한 세상이었고, 교복은 아이돌 스타로 살면서 평생 가장 많이 입어 본 옷이에요. 사실 사업상 공통점은 없죠. 하지만 세 분야가 모두 제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겠죠. 어떻게 보면 계획 없이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죠.”



그는 실패가 무섭지 않다고 했다. 조금은 생뚱맞은 그의 고백에 고개를 갸웃하자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아이돌 스타로 살면서 정점의 성공도 경험했지만 극한의 실패도 경험했어요. 그러면서 느낀 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정말 죽을 것 같은 순간에도 살아나갈 방법은 있더라고요. 제가 하고 있는 사업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하는 것 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더 중요했어요. 그 이후에는 그때그때 최선의 길을 가는 거죠.”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위기의 순간이 숱하게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겁 낼 이유는 없다. 또 일어나면 되니까. 다만 중요한 게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더 이상 혼자만의 실패가 아니기에 시작한 일은 잘 해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연예인으로서 24시간이 모자라는 살인적 스케줄 속에서도, 일일이 직원들을 챙기며 ‘눈치 보는(?) 사장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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