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LG 구단의 '미묘한' 초보 감독 선택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1.11.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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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프로야구 두 라이벌의 내부승진 의미는...

↑LG의 김기태(왼쪽) 신임 감독과 두산의 김진욱 신임 감독/사진제공 LG 두산↑LG의 김기태(왼쪽) 신임 감독과 두산의 김진욱 신임 감독/사진제공 LG 두산


두산과 LG? LG와 두산?

연고(延高)전이냐, 고연(高延)전이냐처럼 어느 팀을 먼저 써야 할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관계가 서울 잠실벌 한 스타디움의 영원한 라이벌 두산과 LG이다.

2011시즌 페넌트레이스 순위와 상대전적에서 두산이 앞섰기에 두산과 LG 순으로 주제를 잡았다. 물론 양 구단과 선수들의 관계가 장외(場外)에서는 나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잠실 그라운드에서 맞붙게 되면 흔히 말하는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돌변한다. 그 만큼 두 팀의 승부는 언제나 치열하고 때로는 과열돼 벤치를 비우면서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하고 있다. 구단 간부가 ‘다른 팀은 몰라도 어디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이다.

2011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화두(話頭) 중 하나는 감독들의 ‘자진사퇴(自進辭退)’이다. 그 중심에 공교롭게도 두산과 LG가 있다.



시즌 중반전 돌입 시점인 6월13일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저는 오늘 두산 베어스 감독직에서 사퇴하고자 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2004년 두산 사령탑을 맡은 이후 ‘허슬 두(Hustle Doo!)’라는 특유의 팀 컬러를 만들어낸 김경문감독의 자진 사퇴는 의외를 떠나 충격적이었다.

‘허슬 두’는 어려움에 처해도 포기하지 않고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야구를 추구한다는 두산 야구를 상징하면서 따뜻하면서도 승부사 기질이 넘치는 김경문 감독의 야구 철학을 담고 있다.

그 맥락에서 김경문 감독이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성적이 부진하자 스스로 물러난 것은 ‘허슬 두’의 취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산은 김광수 감독 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두번째 자진사퇴 발언은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현역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으로 그라운드를 꿋꿋하게 지켜온 SK 김성근(69) 감독에게서 터져나왔다.

김성근 감독은 8월17일 문학구장에서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올시즌을 마치고 SK 구단과 재계약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SK 구단은 ‘떠나겠다는 감독에게 남은 시즌을 마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다음 날 김성근감독을 해임하고 이만수 대행 체제를 출범시켰다.

세번째 자진사퇴가 LG에서 나왔다. LG 박종훈 감독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인 10월6일 삼성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팬들과 구단의 기대에도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나의 잘못’이라며 감독으로서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박종훈 감독의 사퇴가 말 그대로 자진인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

왜냐하면 올시즌을 끝으로 구단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김경문, 김성근 감독과 달리 박종훈 감독은 최대 5년 계약의 겨우 2시즌을 마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 날이 LG의 시즌 마지막 경기였기에 LG는 감독 대행체제가 필요 없었다.

LG의 신속한 선택은 전설의 지명타자 출신 김기태 수석코치의 감독 승진이었다.

LG 구단은 마치 모든 준비가 돼 있었다는 듯 박종훈 감독의 자진사퇴 바로 다음 날인 10월7일 계약 조건은 추후 협의해 발표한다는 전제로 김기태 수석코치를 후임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 역시 스피드 경쟁에서도 LG에 그리 뒤지지 않았다. SK-KIA의 준 플레이오프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틀 뒤인 10월9일 김진욱 1군 투수코치와 감독 계약을 맺었다.

3년간 8억원(계약금 연봉 각 2억원)의 조건이다. LG와 두산이 신속하게 후임 감독을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양 구단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면서 여러 검토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LG의 김기태, 두산의 김진욱 감독의 공통점이 내부 승진이라면 차이는 야수(주로 지명타자)와 투수(사이드암) 출신이라는 점이다. 선수들의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모두 지녔다는 것은 공통적인 평가이다.

LG의 김기태 감독 결정은 박종훈 감독 영입과 동시에 구단이 나서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코치로 일하던 그를 2군 감독으로 데려오면서 ‘차기 감독은 김기태가 되겠구나’하는 짐작을 하게 했기에 야구계와 팬들은 비교적 덜 놀랐다. 그러나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미묘한 부분이 있다.

LG가 올시즌에도 투수 운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투수 출신 감독을 택하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이 나왔다.

LG는 투수 출신 김성근감독이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2002시즌 삼성에 2승4패로 패하고 물러난 뒤 2003시즌부터 이광환감독-이순철감독-김재박감독-박종훈감독 순으로 모두 야수 출신 사령탑을 기용했고, 이 기간 9시즌 동안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666858766 이 연도별 페넌트레이스 성적이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LG가 공격력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 투수 출신 감독을 영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빗나갔다”고 밝혔다.

반면 두산은 내야수 출신인 김광수 감독 대행, 한 때 강력한 설이 나돌던 포수 출신 김태형 1군 배터리 코치가 아닌 투수 출신 김진욱 감독을 선택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감독이 투수들을 잘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나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1969년생으로 42세이다. 김진욱감독은 1960년생으로 51세이다. 김기태 감독은 현역 중 최연소 감독인 류중일감독(1963년생, 48세)보다 6살이 어리다. 김진욱 감독은 한화 한대화 감독과 나이가 같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이 은퇴 후 일본 한신 타이거스 코치 연수, 요미우리 코치를 하며 일본야구에서 지도자 수업을 한 것과는 달리 김진욱 감독은 분당 중앙고, 구리 인창고 감독을 거친 뒤 두산 코치로 합류했다.

장외에서 펼쳐진 두산과 LG의 후임 감독 선임 과정은 이렇게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김성근 선동열 감독과 같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이미 검증된 지도자를 영입하지 않고 나란히 초보 감독에게 승부를 거는 ‘모험(?)’으로 막을 내렸다. 과연 내년 시즌 어떤 구단이 웃을지 주목된다.



두산과 LG 구단의 '미묘한' 초보 감독 선택
장윤호는...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 고교야구의 전성기를 구경했으나 그 때만 해도 인생의 절반을 야구와 함께 할 줄 몰랐다. 1987년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롯데와 태평양 취재를 시작으로 야구와의 동거가 직업이자 일상이 됐다. 한국프로야구 일본프로야구 취재를 거쳐 1997~2002년까지 6년 동안 미국특파원으로 박찬호의 활약과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귀국한 후 일간스포츠 체육부장, 야구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03년 MBC ESPN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고 2006년 봄 다시 미국으로 떠나 3년 동안 미 프로스포츠를 심층 취재하고 2009년 돌아왔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스타뉴스(Starnews)' 대표,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 야구발전연구원이사,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6년 3월 ‘야구의 기술과 훈련(BASEBALL Skills & Drills)’을 번역 정리해 한국야구 100주년 특별 기획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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