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분쟁, 앞으로 예상 시나리오는?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1.11.23 18:42
글자크기
"문제가 많은 자식을 간신히 모범생으로 만들어놨는데 갑자기 양부모가 나타나 내 자식이니 내놓고 가라고 하는 셈이죠."-선종구 회장 측 입장

"2007년 그룹의 사활을 건 인수전에서 가까스로 승리해 하이마트를 인수한 최대주주인데 이제 와서 내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죠."-유진그룹 측 입장



23일 하이마트 (9,670원 ▲10 +0.10%) 선종구 회장과 유진그룹 간 경영권 갈등을 놓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내놓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그룹 계열 한국신용유통(하이마트의 전신) 시절부터 선 회장은 하이마트에 애정을 가지고 온갖 시련을 넘으며 기업을 정상화 시켜놓았다"며 "그런데 갑자기 유진그룹이 하이마트의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니 속이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진그룹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진 않다. 유진그룹도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2007년 그룹의 사활을 걸고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만큼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할 권리는 충분히 있다.



양측의 이처럼 첨예한 이해관계 탓에 하이마트 경영권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양측이 임시주총을 열고 표 대결을 벌이는 극단적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본다.

증권가의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하이마트 경영권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누가 더 높은 지분을 확보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밝혔다.

만약 극단의 표 대결을 가정해 선 회장측과 유진그룹측이 맞붙는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표면상으로 들어난 지배구조로는 유진그룹이 표 대결에서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그룹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31.3% 지분을 보유한 반면 선종구 회장 지분은 우호지분까지 포함해 약 28%에 달한다.

문제는 하이마트 주식을 보유한 또 다른 큰 손이 재무적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이다. 일부에서는 하이마트 주식 2∼9%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유진그룹과 연합 전선을 펼 것으로 본다. 원래 하이마트 인수전에 유진그룹과 힘을 합쳐 참여한 만큼 마지막까지 유진그룹 편에 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이들의 표심이 실제로도 유진그룹 쪽에 선다면 표 대결은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 회장측도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기 때문에 표 대결의 향배를 섣불리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선 회장에게는 부실 투성이였던 하이마트를 오랜 기간 열정을 바쳐 정상화시킨 검증된 능력과 공로가 있다. 이 때문에 선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선 회장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양측이 표 대결이라는 극단의 방법 대신 극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갈등이 본질적으로 하이마트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냐는 사활을 건 싸움이기 때문에 어설픈 봉합보다는 진검승부로 확대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