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 (3,585원 ▲5 +0.14%)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하이마트 (9,670원 ▲10 +0.10%) 이사회의 안건을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공동대표) 재선임'에서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변경했다. '개임'은 한 자리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다.
하이마트는 '개임' 안건에 대해 선종구 현 대표이사를 물러나게 하고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이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기 위한 안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하이마트는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선 회장은 22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의 이사회 안건을 전달받은 직후 전 직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진이 약 70%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고 가전시장에서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겹쳐 마음이 무겁다"며 "경영진은 소유지분의 처분과 거취문제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유진기업이 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지만, 선 회장도 직접 보유분 17%에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모두 28%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진기업은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후에도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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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와 유진기업의 공동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유경선 회장이 하이마트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는 당시 선 회장이 경영전반을, 유 회장이 재무파트를 대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유진기업이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많았다. 특히 유진기업이 농협과 사모펀드(PEF) 등 하이마트의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됐다.
유진기업은 최근 농협 등 하이마트 FI들에게 6.9%의 지분에 대한 콜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사올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 회장 측은 유진기업이 콜옵션 행사에 대해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도 반발하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유진기업측 지분율은 38% 수준으로 높아진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유진기업이 연초 사용하지도 않는 기업이미지(CI)사용료를 40%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무리한 해외 유통업체 인수추진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등 경영과 관련된 일련의 갈등이 있어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유진기업이 우량기업인 하이마트를 재무리스크 분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 역시 "유진이 계속 경영에 간섭한다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 측은 이에 대해 "유진기업은 이미 하이마트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하이마트의 지분 7%를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2대주주 측과 갈등이 다소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