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개콘' 못봐? 지상파재송신이 뭐기에…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1.11.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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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서로 "받을 게 있다" 주장… 23일 최종협상 결렬시 재송신 중단

지난 9월 늦더위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전국을 '블랙아웃' 위기로 몰고 가며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2011년 11월24일.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다시한번 가슴 철렁하는 순간을 맞을지 모른다. 사상 초유의 지상파방송 '블랙아웃' 때문이다.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재송신 분쟁이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송신 대가 산정을 두고 양측 입장차는 여전하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시중 위원장까지 나서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행정력이 달린다.



이러는 사이 케이블TV를 보는 전국 1500만 가구는 시청권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 '천일의 약속'(SBS) 주인공의 순애보에 눈시울을 붉히거나 '개그콘서트'(KBS2), '무한도전'(MBC)을 보며 박장대소하는 대신 흑색으로 암전 처리된 방송화면에 당황해할 지 모른다.

시청자는 억울하다. 매달 2500원의 공영방송 수신료도 착실히 내왔다. 지직거리는 지상파 직접 수신 화면 때문에 케이블TV에 가입해 월 1만원(디지털방송 기준) 안팎의 시청료도 냈다. 돈은 냈는데 서비스는 받을 수 없다니 분통터질 일이다.



◇"저작권료 내라" VS "난시청해소 누구덕인데…우리도 받을게 있다"

지상파재송신이란 케이블 방송국이 공중에 송출된 지상파방송 신호를 받아 방송프로그램을 변경하지 않은 상태로 가입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서비스다.

우리나라는 지상파 난시청이 심각해 전체 가구의 90%가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 서비스에 가입에 재송신된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간 재송신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법적 소송이 시작되며 2년전부터 공론화됐고 방통위 중재 아래 수차례 협상도 있었다.

갈등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



그동안 케이블은 지상파를 재송신하면서 지상파방송사들에 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년여전부터 지상파는 케이블에 프로그램 저작권료를 달라고 요구했고, 저작권료를 안 낼 경우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재송신을 하지 못하도록 소송도 걸었다.

현재 지상파측이 요구하는 저작권료는 케이블 가입자당 월 280원 가량. '280원'은 지상파가 IPTV로부터 받는 콘텐츠비용을 근거로 나왔다. 지상파 3개사니까 총 840원, 1년이면 약 1만원이다. 케이블업계가 지상파에 내야할 수신료는 연간 1500억원으로 업계 전체 경상이익의 절반이다.

당연히 케이블업계는 반발한다. 지상파는 국민 재산인 전파를 무료 이용하면서 나오는 '보편적 서비스'인데, 일방적으로 케이블에 대가를 달라고 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30년간 지상파 재송신으로 공영방송의 난시청을 해소하고 지상파 광고단가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게 '케이블'이라고 맞서고 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의 저작권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줄 것을 주더라도 우리가 받을 것도 있기 때문에 그 것을 같이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재송신 중단 초읽기…방통위 무책임 '도마'

타협의 실마리가 안보이는 가운데 최근 법원 판결로 케이블은 지상파에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지상파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 강제 신청에서 법원이 CJ헬로비전에 대해 지상파를 재송신해서는 안되며, 이를 어기면 지상파 3사에 각각 하루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상파에 돈을 안내려면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아야 한다.

법원 판결에 대해 케이블측은 결국 모든 사업자에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단체 행동을 준비중이다. 방통위 재송신 협의체가 운영종료일인 23일까지 결론을 못내면 전체 케이블 가입자에 대해 지상파 재송신을 끊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현재 난시청 비율, 지상파 시청 점유율 등 10여개 항목을 고려한 대가 산정 중재안을 제시하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방송대란을 막으려면 협의체 종료일인 23일 극적 타결을 이뤄야 한다.



케이블협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2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협상 결렬시 24일 낮12시부터 SBS, MBC, KBS2 3개 지상파방송 채널의 디지털신호 송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디지털신호를 중단하면 케이블 시청자들은 고화질 지상파 채널은 볼 수 없고 저화질 아날로그 채널만 시청할 수 있다. 아날로그 가입자에 비해 더 많은 이용료를 내는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들도 저화질 아날로그 채널로 지상파를 봐야한다.

방통위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안일한 자세로 눈치만 보다가 위기감이 커지자 각종 압박카드를 꺼내는 것은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재송신 제도개선 전담반을 운영하고 올 1월까지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일정을 세웠다. 하지만 의견 수렴은 실패했고 바통은 방통위 2기로 넘어갔다. 올 상반기에는 스카이라이프에 MBC, SBS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협의체 종료일이 임박하자 방통위는 재송신 중단시 사업자들에 행정적 제재조치를 가하겠다고 경고했고, 최시중 위원장은 21일 지상파에 이어 이날 케이블 사장단을 만나 협상타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간 서로 받을 게 있다며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정부의 조정력과 행정력"이라며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를 보는 가구는 전체 인구의 약 74%인데 재송신 중단이 현실화되면 사업자 뿐 아니라 국민 불편과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 방통위가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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