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큰' 아이폰 보상 정책 실상은 '빈 깡통'(?)

뉴스1 제공 2011.11.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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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영진 기자 = "SK텔레콤에서 구형 아이폰 보상 판매로 최고 등급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요. 그렇게 상태가 좋다면 차라리 계속 쓰거나 온라인 중고장터에 파는 게 더 낫습니다."

SK텔레콤(SKT)의 구형 아이폰 보상정책에 대해 용산의 A휴대폰 판매점 직원은 이 같이 설명했다.



아이폰4S 출시와 함께 KT와 SK텔레콤(SKT)는 충성도가 높은 기존 아이폰 사용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보상프로그램을실시 중이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21일 조사됐다.

특히 SKT의 정책의 경우, 허울만 좋을 뿐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매우 적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심지어 보상 기준도 제대로 고지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불만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허울만 좋은 SKT의 보상정책

KT는 '중고폰 반납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폰3GS는 용량에 따라 10만~15만원, 아이폰4의 경우 16만~21만원의 보상을 해준다.

이 회사는 외관 파손여부는 상관없이 전원과 터치스크린, 백라이트, 충전,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홈 키 등만 정상적으로 작동(A급)하면 최대 책정된 보상금을 주며, 주요기능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B급)에도 기종과 용량에관계없이 4만원을 제공한다.


SKT는 구형 아이폰을 가지고 오면 모델과 등급에 따라 각각 19만~34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아이폰4S 퍼팩트 할인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완전 파손된 경우 아이폰3GS만 4만원을 보상 혜택이 주어진다.

얼핏 보면 KT보다 SKT의 보상금액이 더 많은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SKT는 기기별 판정 등급을 A부터 C까지 총 5단계로 구분하고 등급 별로 1만5000~2만원의 차등을 두고 운영한다.

하지만 문제는 등급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A 등급은 '사용흔적 거의 없음'으로 규정하고, 세부적으로 '사용은하였으나생활 흠집은 전혀 없음', '구성품(케이블 충전기) 모두 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아무리 애지중지 썼어도 자잘한 생활 흠집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어폰이나 충전·데이터 케이블이 쉽게 망가지는 것을 감안하면 A 등급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SKT의 이 같은 보상 기준 현실성이 거의 없는 '값을 후하게 쳐준다'고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밖에 없다.

또 내용에 약간, 경미한, 다수, 심한, 극심한 등의 불확실한 용어를 써 판정 기준에 의문이 든다.

평가 결과도 의심스럽다. SKT는 전문 감정사가 가치를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지만잣대가 모호하니 정확할 판정이 나올 리 만무하다.



자칫, 전문 감정사가 판정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용산의 B휴대폰 매장 판매직원은 "SKT 보상정책을 통해 중고 아이폰을 팔면 최대 금액의 절반밖에 못 받는다. 차라리 우리에게 팔아라. SKT보다 더 4만~5만원 더 쳐주겠다"고 SKT의 보상 프로그램 대신 자체 매입을 유도하기도 했다.

아이폰4S 가입을 위해 휴대폰 대리점을 찾은 최모(23)씨는 "쓰던 아이폰을 주면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접수 후 보내라고 해서 미심쩍다"며 "시간도 2주 이상 걸린다고 하니 인터넷 중고장터에 올려서 파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 매장 143곳 돌아보니 모두 "기준 모른다"

SKT의 구형 아이폰 보상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4부터 18일까지 5일에 걸쳐 서울에 있는휴대폰 매장 143곳을 찾아가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구형 아이폰 보상 등급 판정 기준은커녕 해당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SKT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43곳의 SKT 휴대폰 매장의 직원은 모두 판매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아이폰4S 퍼팩트 할인 프로그램'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이폰3GS 32기가바이트 모델을 보여주며 대략적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봐도하나같이 "기준을 모른다"고 대답하며 평가를 고사했다.

SKT 서울용산지점의 한 상담직원은 "본사에서 '아이폰4S 퍼팩트 할인 프로그램' 관련 기준표가 내려오지 않았다"며 "우리는 접수대행만 할 뿐 평가 기준을전혀 몰라서안내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본사에서 행사를 하고 나눠준 전단지에 대략적인 내용은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내용이 담겨 있는 전단지를 건네줬다.

SKT 본사와 직접 연결돼 운영되는 지점에서조차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가운데 소규모 매장의 관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소비자들이 가져온 구형 아이폰을 정확한 규칙에 따라 평가를 내려야 하지만 이를 위한 시스템이 없고 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반면 KT는 매장 방분 시 중고 아이폰 보상 금액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보상기준 안내문을 일부 매장에 붙여 놨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고 설명도 직관적이라 직원에게 따로 물어보지 않아도 자가 시험을 통해 평가가격을 알아볼 수 있다.

KT 휴대폰 매장 직원에게 아이폰3GS를 건네며 평가를 요청하니 간단히 용량을 물어본 후 전원과 홈·볼륨 버튼, 진동모드 스위치, 화면 터치, 카메라, 전화 걸기 등을 차례로 수행 한 후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모든과정에 걸리는 시간은단 1분에 불과했다.



◇아이폰4S 매장판매 돌입, KT·SKT 보상정책 개선될까?

아이폰4S의 예약가입 물량이 모두 소진되고 지난 18일부터 16GB 모델의 매장 판매가 시작됐다. 32GB는 오는 21일 경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매장에서도 본격적으로구형 아이폰 보상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하는데, SKT에서는 일선 매장에 제대로 된 교육이나 지침을 내리지 않아 혼란이 우려된다.



SKT와 KT에 "아이폰4S의 매장 판매가 시작됐으니 구형 아이폰 보상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별도로 준비된 사항이 있는지" 문의했다.

SKT는 "보상 프로그램은 운영하겠지만 별도로 준비한 것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는 SKT가 구형 아이폰 보상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반면 KT는 "현재까지 다소 미비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전 매장에 보상기준 안내문을붙여 놓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석균 KT 개인세일즈&CS 본부장은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단순하고 명확한 중고 아이폰 보상기준을 마련했다"며 "기존 300만 아이폰 고객들이 다시 KT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상안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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