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잇단 수난시대…"돈잔치 끝?"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1.11.1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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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마 주민공람 연기·개포주공 승인보류
- '소형임대 비율 최소화' 사업추진 발목
- 아파트값↓·추가부담금↑ 기대수익 악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전경 ⓒ사진=이명근 기자↑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전경 ⓒ사진=이명근 기자


"그래도 '이번엔 되겠지' 하며 기다린 세월이 10년이에요.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른 건 맞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낸 걸 생각하면 사실 돈을 벌었다고 볼 수도 없죠. 지금이라도 팔고 싶지만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조금만 기다리면 재건축이 될 것도 같고…. 차라리 집값이 한창 올랐을 때 팔고나갈 걸 그랬다는 후회도 드네요."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단지인 개포동 주공2단지 전용면적 35㎡ 아파트에서 사는 이기준씨(가명·61)는 최근 재건축 관련 뉴스만 보면 속이 터진다. 될듯하면 엎어지고 매번 계획이 바뀌는 통에 재건축이 요원해 보여서다.

이씨가 사는 개포주공을 비롯해 강남지역 대표 재건축아파트들의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된 데다 임대주택과 부분임대 도입 등에서 아파트 소유주들의 반발 등이 겹치면서 사업에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열린 '제19차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 회의 결과 개포주공 2·4단지와 개포시영 등의 재건축정비구역 지정안 승인이 보류됐다. 논의 과정에서 임대주택비율과 부분임대 도입 등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소위원회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초 주민공람을 끝내고 연내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을 기대한 개포1·3단지와 일원현대 등도 도계위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과도 같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임대주택 건립비율에 대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주민공람이 연기되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발목을 잡는 임대주택문제는 결국 집값과 관련돼 있다. 이른바 '부자동네'에 임대주택이 들어서 저소득층이 입주하면 '명품아파트'의 이미지가 훼손돼 집값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강남 재건축아파트 소유주들의 속내다.


때문에 용적률 상향을 위해 어쩔 수없이 임대아파트를 짓더라도 별도의 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은마아파트 주민 한모씨는 "추가부담금을 내더라도 소형임대주택 비율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강남 최고의 명품 랜드마크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선 주택형을 넓히더라도 고급 임대주택을 짓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대주택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재건축 이후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때 내야 하는 추가부담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개포주공2단지는 35㎡에서 78㎡로 넓혀가려면 2억500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른 주택형도 면적을 넓혀가기 위해선 2억~3억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저층 재건축단지였던 반포 주공단지가 집을 넓혀가는데 돈이 거의 들지 않은 점과 비교된다.

'강남 재건축' 잇단 수난시대…"돈잔치 끝?"
그러는 사이 이들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2단지의 경우 지난 한달새 4억9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용 25㎡의 매매가가 최근 들어 4억5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77㎡가 최근 8억800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9억원대가 깨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사업 추진이 장기화되면서 추가부담금은 높아지고 재건축에 따른 기대수익은 낮아지고 있다"며 "결국 소유주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사업은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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