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로 수주 받아도 언제나 눈칫밥"

머니투데이 성세희 기자 2011.11.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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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설사는 최저가낙찰제로 입찰업체 선정…간접비만 운용해도 충분히 이윤 남아

'공사판' 경력 15년차인 이성룡씨(가명)는 "건설업계는 생명을 연장하느라 산소 호흡기 쓴 거나 마찬가지"라며 운을 뗐다.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로 양분돼있다. 그가 속한 회사는 A전문건설사로 주로 종합건설사에 하도급을 받아 시공한다.

얼마 전 A건설사에 경사가 있었다. A사는 직접 관급공사 입찰에 참가해 계약을 따냈다. 이 씨는 "어느 전문건설사라도 이런 계기가 주어진다면 흥이 나서 기술력도 개발하고 고급 인력을 유입하겠지만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공사 계약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간접비 비율이 시공비 외에도 23%에 달했기 때문이다. 간접비는 노무자가 현장에서 쓰는 비용이나 기타 부대비용을 의미한다. 그는 "하도급은 기껏해야 간접비 비율이 6%이고 산업재해(산재)가 발생해도 온전히 우리 몫"이라며 "건설사는 시공비를 모두 하도급에 줘도 간접비만으로도 충분히 이윤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산재가 발생해도 비용부담은 전적으로 하도급 업체가 진다. 이씨는 "산재 발생하면 하도급 업체가 보상하는데 노무자 환경이 열악해 보험보다 현금 받기를 원한다"면서도 "일용직 노동자는 향후에 산재 후유증 생겨도 보험이 없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전문건설사로 취업하는 인원이 줄자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웠다. 그는 "2000년대 들어서 건설업계로 유입되는 인력 수는 4~5년 만에 반 토막 난 지 오래"라며 "대졸자를 포함해 청년층이 전문건설사에 잘 안 오고 취업해도 오래지않아 떠나니까 외국인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금 전문건설사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건설업계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2004년 통계를 보니 건설기능공 가운데 40대 이상이 67% 이상 차지하는 등 고령화돼 산업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갑을관계로 전락해 상하수직관계로 고착화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종합건설사가 100억 원짜리 공사를 80억 원에 시공하겠다고 낙찰 받으면 다시 입찰을 붙이는데 하도급 업체는 60억 원으로 낙찰 받는다"며 "종합건설사는 정부가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한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땐 거의 최저가 낙찰제로 뽑는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정부에서 공사를 수주한 주계약자가 하도급 줄 때 최저가보다 더 낮은 단가를 주면 불공정 제재한다지만 빙산의 일각"이라며 "현실에서 종합건설사에 찍혀가며 정부에 이의 제기할만한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우리도 (정부 등 공사를 수주하는) 종합건설사에 돈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계급구조를 깨지 못 한다"며 "우리(전문건설업계)도 적정임금제 같은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하는데 종합건설사 눈치만 봐서 우리끼리 단합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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