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끌어온 은마 재건축 다시 원점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1.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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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비중 놓고 강남구·추진위 입장차 커...시장침체 겹쳐 추진 불투명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이 주민공람 단계에서 또다시 난항에 빠졌다. 재건축 방식을 두고 아파트 소유주들과 강남구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비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기존 4424가구 규모의 은마아파트를 △39㎡ 1125가구 △83㎡ 2703가구 △101㎡ 1770가구 등으로 재건축하고 이중 39㎡ 1008가구를 임대주택으로 짓는 것을 골자로 한 '재건축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내놨다.



이는 전체 건립규모에서 △60㎡(이하 전용면적) 이하 20% △85㎡ 이하 40% △85㎡ 초과 40%를 짓도록 한 '2대4대4' 방식의 서울시 재건축 조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임대물량이 너무 많다며 강남구의 주민공람 계획을 거부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임대비중 상승은 은마아파트를 강남 명품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소유주들의 바람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12년 끌어온 은마 재건축 다시 원점


이정돈 추진위원장은 "구청 측이 제시한 2대4대4 방식의 재건축은 임대주택 비중이 너무 높아 단지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며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더라도 1대1 방식으로 추진하거나 역세권 개발, 상업지구 용도변경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강남구는 기존 2대4대4 방식 외에 1대1 방식의 재건축 계획안 마련을 위해 용역업체에 추가 검토를 요청했다. 강남구가 검토하는 1대1 방식은 기본 용적률 250%에 추가 50%포인트 인센티브 적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60㎡ 이하 소형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2대4대4 방식에 비해 임대주택 가구수는 줄어들지만 분담금이 증가한다. 조합원이 10%까지 늘릴 수 있는 주택면적도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가구수 증가로 인해 5~7%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강남구 측은 설명했다.


추진위는 강남구의 수정안이 나오면 추진위원들과 외부 기술자문위원의 검토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강남구의 수정안도 임대주택 비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동산업계는 전망한다. 추진위는 임대주택을 건설하더라도 분양아파트와 분리해 별도 동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가와 통합 개발하는 안도 염두에 뒀다.

이 위원장은 "획지 분할을 통해 상가를 따로 개발하기로 했지만 임대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통합개발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며 "권리금 문제 등으로 상가와 통합개발이 어렵다고 하지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은마아파트 상가는 모두 500여개 점포로 450여명이 소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가 영업과 권리금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확보 등에 진통을 겪어왔다.

때문에 이 위원장의 주장처럼 상가 통합개발이 쉽게 추진될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은마아파트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상가 세입자와 소유주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투자목적으로 상가에 투자한 소유주가 많아 재건축 동의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은마상가 B동 일부가 상가지역으로 용도변경되면서 통합개발이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또 추진위가 대안으로 제시한 역세권 개발이나 전략정비구역 지정, 상업지구 용도변경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강남구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역세권 개발이나 전략정비구역 지정요건에 해당하지도 않아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상업지구 용도변경은 종상향을 2단계나 뛰어넘어야 하는 것인데 시에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추진위와 강남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1999년 이후 12년을 끌어온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현실적으로 2대4대4나 1대1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며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재건축 수익성 악화 등을 감안하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수년 내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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