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자(50·연수원 17기) 해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골리앗에 맞선 12년…담배와 암 사이 연관관계 끌어내= 배 변호사는 1999년 2월 귀국하자마자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협조를 구해 담배로 인한 질병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 KT&G (109,900원 ▲2,400 +2.23%)(옛 한국담배인삼공사)에 묻는 담배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배 변호사는 흡연으로 폐암 등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을 모았다. 원고는 흡연 말고는 폐암을 유발할 수 없는 이들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여러 도움을 받아 가족력이나 매연에 노출된 환자를 제외했다. 그해 12월 소송을 제기했을 때 모인 암환자는 7명. 그의 가족들도 원고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소송의 쟁점은 암이 담배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과 그 책임이 제조사에 있다는 것. 배 변호사의 주장을 방어하기 위한 상대 변호인단은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7~8명으로 꾸려졌다. "흡연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담배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며 "담배 자체의 제조상 결함은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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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동안 치열한 공방 끝에 2007년 초 나온 1심결과는 패소였다. 당사자들의 흡연과 암 발생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흡연은 당사자의 선택이라는 판단이 뒤따랐다.
배 변호사 측의 항소로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올해 2월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심과 달리 당사자들의 암발병 원인을 흡연이라고 인정했다. 지난 12년 동안의 싸움으로 한걸음 나간 판결을 이끌어 낸 셈이다.
배 변호사는 "법원이 흡연과 암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며 "제조사의 책임을 더 증명하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조사가 영업 비밀을 이유로 내부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자료 미제출시 당사자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금자(50·연수원 17기) 해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배 변호사는 지난해 말 가정법원으로부터 북한 주민 윤모씨(67) 등을 대리해 월남한 아버지와의 친생자 관계를 확인하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남한 법원에서 북한 주민의 친생자관계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공익소송을 할 땐 개인의 명예나 돈벌이 등 다른 목적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공익 소송은 자기희생의 길이자 전문가가 사회봉사를 하는 길입니다. 변호사의 도움으로 만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몸을 던져야죠. 다른 얄팍한 목적을 갖고 하다보면 오히려 당사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신뢰를 잃는 등 잡음이 생깁니다"
배 변호사는 최근 한양대 로스쿨 리걸클리닉 학생들과 함께 '러시앤캐시'를 운영하는 대부업체 A&P파이낸셜대부를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제1금융권의 자동화기기(ATM)를 사용, 현금서비스 55만원을 받았는데 러시앤캐시와 대출계약이 맺어졌다는 윤모씨(46)가 원고다. 현금서비스 사용자를 속여 대출계약을 맺었다는 게 배 변호사 측의 주장이다.
배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단순히 55만원을 돌려받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맡은 학생들의 사전 조사가 있었다는 만큼 이번 계기로 대부업체의 전방위적 불법 영업형태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고를 집단으로 모아놓고 '공익'이라 포장하는 것은 진정한 공익소송의 의미가 아니다"라며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변호사의 희생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금자(50·연수원 17기) 해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lee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