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레시피’ 요리사…파워블로그로 창업한다?

머니투데이 이욱희 기자 2011.11.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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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기획 <청년, 창업으로 사장되기(1)> 조선민 램블부부's Life Story 파워블로그 운영자

편집자주 미국 前 대통령 빌 클린턴은 “멍청아,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통령 유세를 했다. 그 당시 미국의 시대정신은 ‘경제’였기 때문에 빌은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 말을 던지고 싶다. “멍청아, 문제는 ‘창업’이야”라고. IMF 이후 20대들이 안정된 직장만을 선호하면서, 일자리는 창출되기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취업난’으로 20대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대학경제는 <청년, 창업으로 사장되기>라는 기획으로, 다양한 분야의 유수 청년창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창업스토리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밥 한번 먹자.” 사람들은 보통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굳이 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램블부부's Life Story>라는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조선민(35)씨가 음식, 즉 요리에 관심을 가진 계기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씨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레시피)을 포스팅하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에 담긴 요리법을 가지고 ‘창업’이라는 두글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기했다. ‘파워블로그를 통해 창업을 한다?’ 기자는 조선민 씨를 만나 파워블로거 창업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우선 조씨에게 창업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 전, 그의 삶에 대해 물어보았다. 범상치 않았다. 삼성그룹에 입사를 했던 조씨는 결혼을 하고 나서 1년 후 남편과 함께 퇴사를 했다. 그리고 조씨 부부는 자동차로 123일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자동차 유럽여행 123일>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여행 후 조씨는 대형 보험회사에서 FP(파이낸스 컨설턴트)로 근무를 했다. 그 후 결혼 7주년이 되던 지난해, 조씨는 <결혼 안식년>을 갖으면서 <함께하는 보통날>이라는 부부간의 소통 감성에세이집을 발간했다.

▲조선민 대표▲조선민 대표


“지난해 일을 그만두고 안식년을 가지면서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생각을 가졌다. 본래 IT와 소통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쪽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래서 올해 4월 <콘텐츠의 강자가 되자>를 출간했다.”



안식년 동안 가슴이 뛰고, 꿈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 조씨는 두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인생을 다시 뛰게 만드는 ‘요리’를 시작했다.

◇집에서 누구나 요리할 수 있는 ‘착한 레시피’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신 친정엄마가 요리를 잘하셨다. 또 시댁이 전주다. 가끔 양가에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가져다주면 두분 다 좋아하셨다. 그러면서 음식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깨달았다.”


음식이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고 느낀 조씨는 요리를 하면서 조리법에 대해 친정엄마에게 자주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예전부터 손맛이나 눈대중으로 요리를 했기 때문에 시간, 양념 정량 등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조씨는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의 조리법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블로그에 레시피를 포스팅했다.

조씨는 “블로그 방문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음식이다’와 같은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사람들이 내 레시피를 따라하고 좋은 댓글을 남겼다. 특히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나눠준 것 같아서 뜻 깊었다. 재미도 있었다”며 블로그 방문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요리를 꾸준히 만들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하루 평균 2만명 이상이 조씨의 블로그에 방문한 이유에는 그가 ‘착한 레시피’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굴소스 등 특제 소스를 사용하는 음식보다는 집안에 있는 양념으로 조리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만든다.

또 오븐, 전자레인지 등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레시피를 작성한다. 심지어 요리에 데코레이션 자체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씨는 출판사로부터 요리책 제의를 받았다. 최근에 발간한 <퇴근 후 30분 요리>다.

◇요리는 자체 콘텐츠, 사업 확장 기대



조선민 씨는 매주 5회 요리하는 사진과 레시피를 포스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가 조씨에게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순히 이 일로 행복해 하는 사람들과 요리를 하는 것이 기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씨는 “지난해에 이탈리아로 한달 동안 여행을 다녀와야 했다. 그래서 미리 요리를 만들어서 매주 5회 포스팅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요리를 하기 위해 장을 보고, 요리도 하고, 레시피를 만드는데 꼬박 5시간이 걸리지만 아파도 요리를 만들어 올린다”고 말했다.

▲조씨는 착한 요리를 추구한다. 오븐, 전자레인지 등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레시피를 작성한다. 심지어 요리에 데코레이션 자체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씨는 출판사로부터 요리책 제의를 받았다. 최근에 발간한 다. ▲조씨는 착한 요리를 추구한다. 오븐, 전자레인지 등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레시피를 작성한다. 심지어 요리에 데코레이션 자체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씨는 출판사로부터 요리책 제의를 받았다. 최근에 발간한 다.
그렇다면 조씨는 힘들게 매주 레시피를 포스팅하면서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대답은 ‘콘텐츠’였다.



조씨는 “즐겁게 콘텐츠를 올리다 보면, 애플리케이션이나 이북 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씨가 강남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요리는 자체 콘텐츠이기 때문에 여러 곳에 활용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파워블로거들은 높은 트래픽으로 블로그 곳곳에 광고를 삽입한다. 또 상품리뷰, 공동구매 등을 포스팅해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조씨는 광고는 거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한번씩 체험단 리뷰 같은 것만 올린다.

조씨는 “내 블로그에 오면 맛있는 음식도 볼 수 있고, 여행기도 보는 따뜻한 블로그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블로그에 많은 배너들이 있으면 싫을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 광고를 많이 하는 것보다 천천히 내 것을 많이 만들고 싶다. 돈 많이 준다는 의뢰에 유혹될 때도 있지만 무조건 좋다고 리뷰를 써야하기 때문에 거절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마지막으로 “인스턴트 음식은 금방 식어버린다. 하지만 집에서 만드는 음식은 금방 식지 않는다. 빨리 가는 것들은 금방 식는다. 조금씩 천천히 가도 쌓이면 빛을 발할 것이다. 돈이 많고 텅 비어 있는 느낌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전했다.

<조선민 파워블로거 ‘창업 Q&A’>

Q. ‘요리’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블로그 운영은 인격형성에 좋은 것 같다. 예전에 팬 한명이 비밀쪽지를 보냈는데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였다. <남자친구랑 7일 기념일인데 기념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불조심하고 부모님이랑 같이 만들어 먹으라>고 답장하니 ‘고맙다’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또 택시 운전하는 아저씨인데 부인한테 이제껏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 레시피를 따라서 떡볶이를 만들었는데 마늘을 너무 많이 넣어 마늘 맛만 났지만, 부인이 맛있다고 했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Q. 창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일단은 금전적인 면이 어렵다. 또 이게 정말 비즈니스 툴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 한편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무리수를 쓰게 될까봐 걱정이다. 다른 곳에서 제안을 받으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맞지 않을 때도 고민이다. 보통 제안한 분들은 상업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Q. 청년창업센터가 창업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나?
A. 청년창업센터에 들어와서 매번 두 번씩 보고서를 작성하고 평가도 받는다. 그러면서 계획이 세워졌다. 대충 하고 싶은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제철요리가 무엇인지 생각도 해보고 분기, 반기 계획도 세우게 됐다.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어느 정도 누군가 관리를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을 알았다. 금전적인 지원도 받아서 좋았다. 약간 비싼 재료들도 해볼 수 있게 됐다. 지원 없이 했다면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 힘들었을 것이다.



Q. 예비창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A. 꿈을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현재 달성할 수 있는 꿈을 꾸면서 달려가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요리 블로거인데, 갑자기 카페를 내서 브런치를 팔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비용도 많이 발생하고, 성공여부도 확실치 않다. 일단은 내실을 다져야 한다. 무조건 카페만 꿈꾸며 창업하기 어렵다. 내가 실현가능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남들이 해서 좋아 보이는 것을 시작하면 어렵다. 또 창업시 가장 큰 적이 자신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선, 콘텐츠를 꾸준히 쌓을 것이다. 요리책도 계속 낼 계획이다. 이북 등 온라인으로도 발간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쿠킹 클래스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에도 쿠킹 클래스에서 가끔 의뢰도 오지만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이욱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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