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윤리' 공효진 개념패션의 포인트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1.11.1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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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소비의 윤리]<8>패셔니스타의 고민으로 살펴보는 패션 윤리

↑배우 공효진이 리폼한 청바지. ⓒ공효진책↑배우 공효진이 리폼한 청바지. ⓒ공효진책


'개념패션'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상황과 처지에 어울리게 입고 걸친 패션에 대해 네티즌들이 붙이는 말이다.

가수 이효리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인도로 가는 길에 카키색 모자와 검은 색 티셔츠, 독특한 문양의 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차림으로 나타나 '봉사활동다운 복장'이라는 네티즌 평을 들었다.

가수 아이유, 애프터스쿨의 가희는 시구장 개념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야구팀 유니폼과 스키니 진, 운동화를 매치해 편안하고도 매력적인 시구패션을 선보였다.



상황에 맞게 옷을 잘 입으면 '개념패션'? 그건 그냥 패션이다. 개념패션엔 '개념(槪念)' 즉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담겨야 한다.

◇패셔니스타 공효진이 쇼핑 때 고민하는 이유= 드라마 <최고의사랑>, <파스타>의 인기배우 공효진은 '베트남 여자들도 따라 입는다'는 공효진 패션으로 유명한 패셔니스타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출간한 환경에세이 <공효진책> 일명 '공책'을 통해 남다른 '고민'을 드러냈다. 이런 내용이다.

"스타일리스트가 바뀌면 서로의 취향을 알기 위해 처음에 함께 쇼핑을 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뭘 그렇게 한참 고민하냐'며 의외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단골 숍의 매니저는 '오늘은 많이 사러왔냐'고 인사를 하곤 한다. 살 것처럼 한참을 살펴보고 서성대다 그냥 나오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이 옷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따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이걸 만드는 데 들어간 에너지가 얼마나 될까, 무엇이 희생되었을까'를 고민한다.


"무엇을 사는 순간에 쓰는 돈이야 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위해 불필요한 생산이 있었다면 쓰지 않아도 될 에너지가 쓰였다는 소리다. 그건 곧 지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뭔가 사고 싶어질 때, 지갑에 손이 갈 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배우 공효진, 류승범 커플.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신발을 신었다. ⓒ류승범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우 공효진, 류승범 커플.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신발을 신었다. ⓒ류승범 싸이월드 미니홈피
◇면화 생산 위해 학교 문 닫는 생산지 = 불필요한 소비, 불필요한 생산은 환경뿐 아니라 사회에도 불행을 일으킨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생산하는 삶이 사회에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한 예가 면으로 만드는 옷이다. 패션 분야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블로그(orgdotshop.net)는 영국 환경정의재단(EJF) 보고서를 통해 면화 생산 과정에 일어나는 착취를 전했다.

세계 7대 면화생산국 중 미국을 제외한 여섯 나라에서 아동을 면화 농장에 동원한다. 세계 5위의 면화생산국이자 세계 2위 면화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선 아이가 7세만 넘으면 약 3개월간 농장에 차출된다. 그 기간엔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임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혹은 1킬로그램 당 5센트를 받고 일한다.

환경정의재단은 이집트 아동 노동자의 하루 일당을 약 50센트로 추정한다. 서인도 구라자트의 농장에선 아이들에게 하루 1달러에서 1.3달러를 준다. 파키스탄 아이들은 한 달에 3.3달러에서 10달러 정도를 받는다.



면화 농장주들은 "어른을 고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른 임금은 아동의 3배가 넘는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의 한 농장주는 "회사(섬유업체)가 돈을 더 준다면 어른을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화 오르그닷 대표는 "선진국 국민 1인당 의류 소비는 지난 30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며 "그 과정에서 지구는 살충제와 화학비료, 물 부족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효진 패션이 특별한 건 이러한 사회, 환경적 요소를 고민하면서 옷을 입기 때문"이라며 "환경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윤리적 패션이야말로 가장 유니크하고 스타일리시"하다고 평했다.



◇패스트패션과 슬로패션의 공존 = 그러나 한국에선 지금 골목마다, 인터넷사이트마다 쉽게 살 수 있는 싼 가격의 패션제품이 넘쳐난다. 유행에 맞춰 빨리 만들어 빨리 공급하고 유통하는 제품 즉 '패스트패션' 상품들이다.

패션분야 조사기관 패션인트렌드는 자라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동대문패션, 인터넷몰 패션 등 전체 패스트패션 시장을 약 5조3000억여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의류·가방·신발 등 전체 패션용품 시장 35조 원 중 약 15%를 패스트패션이 차지한 셈이다.

실제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인기는 매우 높다. H&M의 경우, 지난해 서울 1호 매장을 오픈하자마자 3개월 동안 매장 1곳에서만 3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대표는 "대표적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성장세를 보면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년 자라는 57.4%, 유니클로는 61.7% 성장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패션 트렌드는 앞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패션은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오르그닷,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같은 사회적기업·공정무역기업이 실천하는 '슬로패션'은 아직은 유통채널에 제한이 있다. 대안은 없을까?

이 대표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제품의 가치를 사랑한다"며 "1만 원짜리 패스트패션 의류도 명품이라 생각하고 아껴 입고 물려주고 돌려 입으면 슬로패션 개념을 담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슬로패션은 상품이라기보다는 문화라는 것이다.




[TIP]공효진의 개념패션 따라하기 (발췌 : <공효진책>, 북하우스 펴냄)
△'사기 전에 고민하기'. 사고 싶다고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열심히 고민한다. 고작 이만큼이지만 이렇게 고민하고 싸우다보면 언젠가는 내 이성과 의지가 욕망을 압도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벼룩시장 가기'. 고민 고민하고 샀어도 시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는다. '소유'한다는 것의 기쁨은 한순간이다. 차곡차곡 소비의 흔적들이 쌓이고 쌓이다 더 이상 둘 곳이 없어지면 그만 사들이는 게 아니라 쌓아놨던 것들을 '비운다'. 그 흔적들을 가지고 즐겁고 생산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벼룩시장이다. 내게는 익숙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신기한 것이 된다. 이곳에선 쓸모없는 것도 버려지는 것도 없다. 불필요한 낭비도 없다.

△'바꿔 쓰기'. 가까운 친구의 것이 탐날 때, 마침 친구가 그걸 잘 쓰지 않는 눈치일 때 말해보는 거다. "너 요즘 그거 안 쓰지? 나 빌려줘라. 넌 뭐 내 것 중에 눈독들이던 것 없니?"하고. 그리고 현재 필요 없는 새것을 선물 받으면 인심 좋게 선물을 한다. 쓸데없이 열었다가 처치 곤란한 쓰레기를 만드느니 깨끗한 상태로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편이 훨씬 낫다.



△'끝까지 쓰기'. 어느 날 임수정 언니가 가방에서 꺼내 쓰던, 거의 끝이 보이는 립 밤과 핸드크림, 손거울을 봤다. 매번 언니의 가방에서 나오던 참 익숙한 것들이었다. 알뜰해 보이기도 하고, 왠지 뚝심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나도 물건을 샀으면 저렇게 끝까지 꼭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이로운 사람이지 싶었다. 그때부터 끝이 보이는 물건들이 더 멋져 보인다.

△'리폼에도 길이 있다'. 요즘은 유행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도 하고, 패스트패션이 대세라 다들 한철 입고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대수롭지 않아졌다. 싫증나고 지루해진 옷들은 내 취향에 맞게 내 맘대로 바꿔본다. 작아서 불편하다 싶어 팽개쳐둔 바지는 무릎에 가위로 선을 내 툭 터서 입거나, 바지 골반 위 허리띠 부분의 중앙을 가위로 살짝 잘라준다. 작아서 티셔츠나 셔츠도 묵혀둔 지 1년 정도 지나면 미련 없이 팔도 자르고, 허리도 자른다.


에코백의 기원은 아냐 힌드마치가 아니라 한국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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