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 복지투자 더해도 그리스 보다 부족"

머니투데이 송충현 기자 2011.11.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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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 간담회

"이렇게 일하다 보면 머리가 줄어있겠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주재 외신기자와의 간담회 도중 밝힌 말이다.

박 시장은 이날 당초 예정된 간담회 시간보다 10분 늦은 12시10분에 도착해 "내 팔을 붙잡는 서울 시민이 많다"며 "나를 멈춰 세우고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시민이 많아 조금 늦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지금은 머리가 남아있지만 이렇게 일하다 보면 머리가 줄어있을 것"이라며 웃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에서 예상한 4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82명의 외신기자가 참가하는 등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간담회는 CNN·BBC·로이터·아사히신문 등 11개국 53개 매체가 참여해 100분간 진행됐다.

박 시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역사와 새로운 시대를 바라는 열망이 깊지 않았다면 출마하지도 않았고 승리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시민들은 여의도 정치로 상징되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가 아니라 시민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는 정치와 행정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와 남·북관계·서울의 신성장 동력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박 시장은 무소속 출신으로 이후 야당에 입당할 것인지 제3의 길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선 서울시장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1순위"라고 전제한 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야당에 국민이 바라는 혁신의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꼭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3의 정당은 성공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안철수 교수도 그런 길을 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서 박 시장은 "안철수 교수가 나중에 정치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시장을 한 때 꿈꿨던 것으로 봐선 우리의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 이상은 답을 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서울시가 건설과 토목 등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며 "이들 사업을 줄여나가면 상대적으로 복지 예산에 쓸 수 있는 여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임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큰 것을 만들어 보여주려는 욕심이 있었다"며 "복지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덜 들기 때문에 이런 것만 없앤다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리스 등 일부 유럽국가가 과도한 복지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리스나 유럽의 복지 문제를 바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제한 뒤 "서울시가 (복지에) 투자하고자 하는 것을 다 하더라도 유럽 여러 도시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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