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시에나, '럭셔리 미니밴' 승부 통할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1.11.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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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안락한 실내공간, 부드러운 승차감 발군…내비게이션 부재 아쉬워

토요타 시에나, '럭셔리 미니밴' 승부 통할까?


한국토요타가 국내시장에 판매할 '시에나'에는 두 가지 의미에서 '첫 번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시에나는 토요타가 국내에 들여온 최초의 미국산 일본차인 동시에 토요타가 국내에 선보이는 첫 번째 미니밴이다.

두 가지를 종합하면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한국토요타의 의지가 엿보인다. 판매 둔화의 원인 중 하나인 엔고에 미국산 차량으로 대응하고 아직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미니밴 시장의 수요를 조성해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는 전략이 시에나에 담겨있다.



한국 토요타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8일 국내시장 판매에 앞서 지난 4일 시에나를 직접 몰아봤다.

첫 인상은 미니밴 임에도 불구하고 날렵했다. 시에나의 전장과 전폭, 전고는 5058mm, 1985mm, 1815mm다. 일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에 비해 전고의 비율이 낮아 길고 낮게 깔린 듯 한 인상이다. 전면 그릴 디자인과 넓은 범퍼는 토요타의 중형세단 캠리의 모습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캠리를 미니밴으로 확대해 놓은 듯한 외관 디자인에서는 토요타가 국내 미니밴 시장 장악을 위해 내세운 '럭셔리'의 가치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럭셔리 미니밴이라는 세그먼트를 개척할 시에나는 토요타의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실내는 외부 보다는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 하단부와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부분에는 우드트림이 적용돼 럭셔리함을 더한다. 4스포크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휠도 우드트림으로 처리됐다.

전체 3열(최대 7명 탑승 가능)로 배열된 시트에서 2열 시트는 퍼스트 클래스에 준하는 편안함과 안락함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시에나의 방향성이 집약된 부분이다.


3열 시트가 3인이 탑승 가능한 것으로 구성된 반면 2열 시트는 독립된 2인승이다. 렉서스 플래그십 세단에 적용된 오토만 시트가 적용됐다. 약 40도 가량 뒤로 젖혀지며 쿠션 부분에서 발 받침대를 빼낼 수도 있다. 2열 시트에 앉아 콘솔박스 뒤쪽 컵 홀더를 잡아당기면 수납공간도 나온다.

정숙한 주행성능으로 잘 알려진 토요타 답게 달릴 때는 부드럽고 조용하다. 시에나는 국내에 2.7ℓ 직렬 4기통과 3.5ℓ V6 듀얼 VVT-i 등 엔진을 장착한 2가지 모델이 출시된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3.5ℓ 모델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시내주행에서는 부드러움이 한층 두드러진다. 정지상태에서 출발 시 반응이 다소 굼뜨지만 투박하고 거칠지는 않다. 브레이크 반응도 딱 토요타 세단을 떠올릴 만큼 부드럽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올려도 정숙함은 그대로다. 엔진 회전도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도록 설정돼 있다. 대부분의 속도가 1500~2500rpm(분당 엔진 회전속도)에서 커버가 된다. 시승차량의 3.5ℓ 엔진은 렉서스 ES350와 같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구매자의 입장에서 실내 품질감성과 주행감에서는 '럭셔리 미니밴'이라는 데 공감하겠으나 외관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출시하는 전 모델에 내비게이션을 탑재하지 않은 점도 '고급스러움'에서는 거리가 멀다.



가격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5ℓ 모델은 5000만원대 초반, 2.7ℓ 모델은 4000만원을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시장 경쟁모델인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의 가격은 5790만원이며 기아차 그랜드 카니발은 2231~3465만원이다.

한국토요타는 3일 기준으로 시에나의 사전 계약대수가 120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월 판매 50대가 목표인만큼 순조로운 출발이다. 하지만 '럭셔리 미니밴'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수긍이 힘든 부분은 개선해야 향후 판매에 탄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토요타는 향후 내비게이션 장착 모델 출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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