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거래소’ 따져봤더니…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11.11.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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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ATS 도입… 증권사 득실은?

주식거래의 독점체제가 끝나는 것일까? 지난 7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후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다자간매매체결회사) 도입이 증권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ATS는 정규거래소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권거래시스템을 통칭하는 말이다. ATS가 도입되면 장내(거래소)와 장외로 양분돼있던 증권유통시장이 거래소 외에 ATS, 표준화된 장외시장(프리보드 등), 내부주문집행 등으로 나뉘게 된다.



결국 한국거래소(KRX)를 통해서만 주식거래가 이뤄지던 독점체제가 깨지게 되는 것으로, 증권사들은 수수료 절감 등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관련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각 증권사들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ATS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식시장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금융당국은 ATS를 '인가가 필요한 금융투자업자의 한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매매체결대상 상품은 우선 상장주권에 한하며 향후 시행령을 개정해 채권 등으로 대상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1인당 ATS 주식보유한도는 15%이며 금융기관에 대해선 30%까지 주식보유가 허용된다. 거래소의 ATS 주식보유도 가능하지만 완전자회사(100%)의 형태로 보유하는 경우만 허용될 예정이다.

ATS 거래방식은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경쟁매매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일정규모 이상 거래 시 거래소로 전환하게 된다. ATS에서 매매체결 된 거래의 청산 및 시장감시, 상장, 상장폐지 등의 업무는 기존 KRX가 계속 담당한다.

증권사에 대해서는 시장매매의무를 대신해 최선집행의무가 부과된다. 시장매매의무는 매매주문을 받으면 거래소에서 거래시켜야 하는 의무를 의미했다. 이와 달리 최선집행의무는 증권회사가 거래소, ATS 등의 호가를 비교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 등으로 거래를 체결해야 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무인 셈이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국내에 도입될 ATS제도가 ECN(전자거래시장)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N은 주문 들어온 호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다른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줌으로써 투자자들이 최적의 호가에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빠른 거래 체결속도와 저렴한 체결수수료가 ECN의 장점으로 꼽힌다.



◆ATS도입 증권업계 득실 따져보니

ATS가 도입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비롯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러스투자증권이 분석한 증권업계의 수수료 절감 규모는 약 50% 수준.

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ATS 도입 시 국내 증권사가 KRX에 지급하는 매매수수료는 기존 연 100억~200억원에서 연 50억~17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기존 KRX를 통해서만 이뤄지던 주식체결의 일정부분이 ATS로 이동해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역시 "ATS는 정규거래소의 상장, 공시, 시장감리 등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인원과 비용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분참여로 인한 배당수익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재로선 대우증권 (6,990원 ▼60 -0.85%), 삼성증권 (36,100원 ▼50 -0.14%), 우리투자증권 (11,820원 ▼70 -0.59%),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하나대투증권, 키움증권 등이 ATS 지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증권사와 KRX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대부분의 주요 증권사들이 KRX의 지분을 3~4% 내외로 고르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도 존재한다는 것.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ATS 도입으로 기존 독점적 거래량을 잠식당하거나 매매수수료율이 낮아지게 되면 KRX의 이익규모가 축소되고 결국 증권사의 수취 배당금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며 "KRX와 이해상충 문제 등으로 ATP의 실질적인 운영수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대체거래소와 기존거래소의 경쟁체제로 인해 거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호가 세분화 및 유리한 호가로 매매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지만 아직 세부안이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TS시장, 누가 진출하나

ATS 도입을 앞두고 증권업계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 진행상황에 맞춰 ATS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게 대부분 증권사들의 계획. 또 일부 대형 증권사는 외국 ATS회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손미지 연구원은 "국내에 ATS제도가 도입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량을 확보한 주요 증권사들이 연합하거나 해외 ATS회사와 연합하는 형태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골드만삭스, Chi-X, BATS, Direct Edge 등 외국계회사들도 한국시장 진출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별다르게 진행된 사항이 없지만 외국 ATS회사들과 접촉하면서 시장성을 검토 중"이라며 "아무래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입법된 후에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이나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업 관계자 역시 "관련 부서에서 법 개정 진행상황에 따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고 현재는 관련사항에 대해 연구하는 정도"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KRX의 100% 자회사로 설립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손미지 연구원은 "ECN의 가장 큰 강점인 기술적 우위와 저렴한 거래비용이 과거와 달리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개별ECN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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