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채에 무슨 일이..이틀새 3.5% 폭락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11.10.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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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인 채권, 그 중에서도 국가가 발행한 국채는 안전성이 최고인 투자 상품이다. 이런 국고채가 하루 3% 가량 가격 하락하는 것은 '이변' 중 하나다.

국고채 중 하나인 물가연동채권 값이 이틀 사이에 3.5%나 폭락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투매양상을 보이며 손절매에 나섰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과 물가채 입찰 방식의 문제 등이 맞물린 결과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는 1.15%를 보였다. 지난 24일 0.75%에서 0.40p(40bp)나 올랐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만기 듀레이션을 반영해 채권값 하락률을 계산하면 약 3.5% 수준이다. 이틀사이에 3.5%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3%의 가격 하락은 '폭락' 수준이다. 채권 딜러들이 서로 손절매에 나서면서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물가연동국고채는 물가지수에 연동해 이자율이 결정되는 국채를 말한다. 물가연동국고채는 10년만기로 발행되는 데 수익률도 10년만기 국고채에 연동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10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4.0%에 발행이 되면 물가연동국고채는 1.0%에 발행이 이뤄진다. 차이가 발생하는 나머지 3.0%의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원리금이 불어난다.


단순하게 보면 물가상승률이 3% 이상 늘어날 경우 물가채가 명목금리 국고채에 비해 유리해지는 셈이다.

물가채는 입찰 방식도 독특하다. 월요일에 실시되는 10년 만기 국고채 발행과정에서 결정된 금리로 물가채 금리도 확정지은 뒤 목요일까지 물가채 입찰을 받는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시중금리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10년만기 국고채를 인수한 딜러들에게만 물가채 인수의 기회를 준다. 물가상승률을 기대하면서 물가채를 인수하려면 국고채를 우선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물가채 가격이 이틀사이에 급락한 것은 이같은 복잡한 물가채 인수 방식 탓에 수급 상황이 꼬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기국고채의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채의 매력이 하락, 물가채를 인수하려는 딜러들을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 채권 시장에선 장기채 금리가 절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3.91%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낮다보니 물가채 금리도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다. 기대수익률이 절대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10월 물가 상승률은 3.9%로 전월 대비 0.2%p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 12월에 예정돼 있는 물가지수 개편 과정에서 금반지 등이 제외되면 물가 상승률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물가채 입찰 과정에서 수급이 꼬인데다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져 손절매 물량이 나온 것"이라며 "재정부의 물가채 입찰 제도 개선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은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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