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부동산에세이]한국은 왜 '지하상가'가 많을까?

머니투데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2011.10.27 09:10
글자크기
[MT부동산에세이]한국은 왜 '지하상가'가 많을까?


 몇 년 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제법 추운 날씨임에도 많은 시민이 헬싱키 중심에 위치한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원 가운데 있는 아이스크림가게였다. 날씨가 추운 데도 많은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사람들이 야외에서 산책하고 음식을 사먹는 것을 좋아해서란다. 파리와 뉴욕의 도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걷고 싶은 거리'나 '문화의 거리'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인사동 거리',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돼버린 '삼청동 카페골목', 젊은이들이 불야성을 이루는 '신사동 가로수길' 등이 자연발생적 혹은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 생겨난 명물거리다.

이러한 명물거리에는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대규모 지하공간이다. 세계적으로 멋들어진 거리들도 이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규모 개발지에 가보면 어김없이 대규모 지하공간을 개발했거나 구상 중인 곳이 많다. 한국의 상징인 테헤란로와 여의도 증권가를 살펴보면 최근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삭막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건물들이 각각 지하상가를 갖고 있어 서로 연결되지도 않고 가로의 활성화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서로 등지고 있는 건물들만이 줄지어 들어선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는 한 술 더 떠서 지하도시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지하공간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는 지하공간이 개발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심한 게 사실이다.


최근 선진국들이 지하공간의 단점, 즉 건강에 유해한 점 등을 들어 오픈에어마켓처럼 외부공간을 적극 활용해 지역명소를 만들고 높은 수익률도 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폐쇄적 지하공간을 고집할 것인가.

 법에서 용적률을 계산할 때 지하층 면적을 계산하지 않는 관행을 유지하는 한 우리는 지하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선진국의 경우 지하층 면적을 용적률 계산에서 빼는 곳이 거의 없다.

 편법에 너무나 익숙하고 이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와 수익만을 따지는 디벨로퍼의 단견으로 인해 우리의 도시 가로들이 계속 삭막해지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제도가 반드시 개선돼야만 우리의 거리도 활력있는 도시공간으로 탄생할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