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주식부자' 김준일 회장, 수백억 빚진 이유

머니투데이 쑤저우(중국)=김희정 기자 2011.10.24 06:10
글자크기

락앤락 유상증자 100% 참여 "성장성 확신"...옌지에 해외 첫 가맹점

↑김준일 락앤락 회장 ↑김준일 락앤락 회장


"이번 증자로 개인 대출금만 수백억원이 되고 하루에 이자만 수천만원입니다. 아무리 오너라고 해도 성장에 대한 자신감 없이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 락앤락 (8,730원 ▲20 +0.23%) 쑤저우 법인에서 만난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8월 유상증자 결정 후 주가가 30% 급락했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김회장은 22일 중국 지린성 옌지에서 오픈한 해외 첫 가맹점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중이었다.
첫 가맹점이 1대 도시가 아닌 2·3대 도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락앤락의 브랜드파워와 인지도가 중국에서 높고 공격적인 유통채널 확보에 나섰다는 뜻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락앤락은 해마다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락앤락의 갑작스러웠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은 이같은 신흥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의 일환이었다.

유상증자로 확보하게 되는 1350억원은 오는 2013년까지 투자가 완료된다. 베트남 유리공장2기와 사출공장, 냄비, 보온보냉병 공장건설에 580억원, 중국 물류센터건립 및 시스템구축에 160억원, 나머지 610억원은 안성 산업단지와 금형공장 건축에 투자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주가 하락은 안타깝지만 경영자로서선 '옳바른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10년, 20년을 준비하고 판단하는 경영자와 애널리스트의 시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해외법인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고 홍콩에 상장시키려던 계획이 시장의 반발로 취소되면서 차입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6개월간 800억원을 차입했지만, 그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가 고조돼 유동성 확보가 더 절실해졌다"고 유상증자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리먼사태 이후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실제로 기업 차입이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그런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락앤락처럼 베트남, 중국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성장단계의 기업은 금융시장이 경색돼 외화차입이 막히면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락앤락 중국 상하이 영업법인 건물 1층에 들어선 직영매장. ↑락앤락 중국 상하이 영업법인 건물 1층에 들어선 직영매장.
이번 유상증자에는 1대 주주인 김 회장은 물론, 김 회장의 사촌이자 2대주주인 김창호씨도 100% 참여한다. 김 회장의 락앤락 지분율은 53.54%,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722억원을 추가투입해야 한다.

그는 "보유현금에 주식담보 대출금으로 비용을 충당키로 했다. 개인적으로 대출 이자가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겠지만 배당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지금같은 시기엔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증자를 하되 대주주가 참여해 확신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일회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기보다는 실적과 성장 비전에 대한 실행력이 결국 시장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락앤락이 판매하는 품목은 밀폐용기 뿐 아니라 고가의 스테인레스 냄비, 주물냄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이 모든 제품을 다 자체 제작하는 데는 엄청난 투자 비용이 소요된다. 김 회장은 대안을 아웃소싱과 가맹점에서 찾고 있다.

락앤락의 2015년 중국매출 목표는 1조원, 2020년 전체 매출 목표는 20조원에 달한다. '내 손' 만으로 매출 20조는 9년내에 달성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앞으로는 생산의 경우 설비투자보다 아웃소싱을 늘리고, 영업에는 가맹점을 늘려 투자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를위해 독립적인 글로벌소싱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가맹점수를 2015년까지 1000개로 대폭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내 락앤락의 인기상품인 차(茶)병을 보고 있는 중국인 고객. 차 문화로 인해 중국에서는 락앤락의 휴대용 차병이 특히 인기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내 락앤락의 인기상품인 차(茶)병을 보고 있는 중국인 고객. 차 문화로 인해 중국에서는 락앤락의 휴대용 차병이 특히 인기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경기 불황이 오히려 기회다. 세제혜택으로 중국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베트남 등 이머징시장을 집중 공략하면 충분히 매출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해엔 홈쇼핑 채널 급성장으로 국내매출비중이 전체의 34%에 달했지만 신흥시장의 매출성장률이 연간 50~70%에 달해 향후 5년내 국내매출비중이 20%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락앤락은 지난 20일 1주당 유상증자 모집가격을 2만7000원으로 확정했다.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기존주주 청약을 실시한 후 실권주는 31일부터 이틀간 일반공모를 진행한다. 추가로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