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자금난 루머에 급락... 진실은?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11.10.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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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머니]STX그룹 "금리조건 협의 과정일 뿐"… 증권가 "당장 문제 안돼"

STX그룹주가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루머에 급락하고 있다. 자금난에 봉착해 은행 차입 및 회사채 발행이 좌절됐다는 루머다. STX팬오션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STX엔진등 주력 계열사 주가가 10% 대 급락을 보이고 있다.

STX그룹은 일부 계열사들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다 은행과 협의를 벌이는 과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처럼 정상적인 자금 조달 과정이란 반응이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STX를 둘러싼 루머는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차입금 만기가 집중된 점과 조선 해운업황의 불황 등이 주원인이다.

증권가에선 STX그룹이 현금성 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당장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 및 해운업 등 주력 업종의 업황 회복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STX그룹 자금 조달 불발, 10% 급락=이날 증권가에 퍼진 STX그룹 관련 루머는 'STX계열사가 자금 조달을 하려 했으나 은행권이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투자를 보류할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루머에 주요 계열사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STX (8,250원 ▲350 +4.43%)가 7.25% 하락한 1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STX엔진 (13,210원 ▼230 -1.71%)은 11.35% 하락했다. STX팬오션 (4,175원 ▲40 +0.97%)은 10.0%, STX조선해양 (0원 %)은 7.31% 하락하는 등 주요 계열사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상적인 자금 조달 과정일 뿐=
증권사 IB관계자는 "STX조선과 STX엔진 등 계열사 일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 조사를 벌였으나 일반 회사채는 인수가 어렵다는 답신을 얻어 다른 전략을 구상하는 중"이라며 "자금조달이 좌절됐다는 것은 과장된 면이 크고 신주인수권 등 옵션부 사채나 만기 및 금리조건 다변화 등 자금조달 플랜을 짜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STX그룹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몇몇 계열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며 "은행이 제시한 금리 수준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상호합의로 회사채 발행을 보류한 것일 뿐 자금조달이 막혔다는 것은 악성루머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자금 조달 과정에서 투자자와 회사채 발행 조건을 협의해 조정해나간다"며 "STX만 문제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TX 자금 조달 무엇이 문제인가= STX그룹의 해명처럼 대부분 회사들은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금리 조율을 벌인다. 특히 STX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비슷한 사이클로 자금 조달에 나선다. STX만 자금조달에 나선 게 아니다.

조선업종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2009년 상반기다. STX조선해양은 당시 1800억원 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3년만기)와 2200억원 규모의 1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엔 삼성중공업도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3년만기)를 발행했고 대우조선해양(5000억원) 현대중공업(3000억원) 등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IB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조선업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이어서 대형 조선사들도 자금조달이 필요했다"며 "당시 조달한 자금 차환 일정이 다가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조선업계는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STX 부채 만기 2012년 집중=STX의 경우 STX조선해양 외에도 대부분 주력 계열사들의 부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내년에 상반기에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가 59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신주인수권사채도 1567억원이 상환을 앞두고 있다.STX팬오션도 내년 7월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고 STX도 47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내년상반기에 도래한다.

은행에서 차입한 차입금은 대부분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만 회사채는 차환발행을 하던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STX그룹이 자체 자금으로 회사채 상환에 나선다면 활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지난 6월말 기준 2조4095억원 수준이다. STX팬오션이 4790억원, STX조선해양 2403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STX유럽에도 1조700억원의 자산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현금성 자산은 선박 대금 등으로 용처가 정해져 있어 정상적인 상황에선 회사채 상환 자금으로 쓰이기 어렵다.

◇'바다'에 노출된 포트폴리오=STX그룹의 주력 포트폴리오는 모두 바다와 연관이 깊다. STX조선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의 자금 만기 구조가 비슷한 패턴을 그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해운(STX팬오션) 조선(STX조선, 중공업, 엔진) 등이다. 건설 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으나 아직 비중이 크지 않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닥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산업이 해운과 조선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은 유럽이어서 선박금융이나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형 조선사의 경우 해양플랜트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으나 STX그룹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조선·해운업 회복이 해결책=전문가들은 조선업황의 회복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STX그룹의 주력은 조선업종이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안정을 되찾아 경기 회복이 이뤄지면 조선업종에 대해서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조선사들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에 훼손을 입은 상태다. 경기 회복의 수혜는 한국 조선사들이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상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당장은 조선업종이 어렵지만 경쟁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 조선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것만은 틀림없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조선업종이 회복하면 그 수혜는 STX를 포함한 한국 조선사들이 누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TX조선의 자회사인 STX핀야드가 4년 반만에 크루즈선 계약에 성공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조선업의 업황회복과 선박금융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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