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막힌 소셜커머스 업계…'돌려막기' 신세?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11.10.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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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집중분석②]

소셜커머스(Daily-Deal) 업체들의 '출구(cash out)'가 막혔다.
소셜 커머스업체의 '글로벌 리더'격인 그루폰의 미 증시 상장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루폰 효과'를 기대하던 상당수 국내 업체들도 '현금 돌려막기' 상황에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그루폰은 연내에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신규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현금이 바닥날 상황이다.



지난 분기 그루폰은 은행에 2억2500만달러의 잔고를 가지고 있었다. 8억7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1억27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보유자금이 바닥이 나게 된다.

그나마도 은행에 남아있는 현금도 그루폰의 자본이 아니다. 6억8100만달러의 자산중 자본금은 3억9200만달러에 불과하다.거래액중에서 수수료를 떼고 납품업체들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3억9200만달러나 미지급한 상황이다. 즉, 남의 돈으로 '현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출구막힌 소셜커머스 업계…'돌려막기' 신세?


거래액이 늘지만 오히려 적자폭은 커지는 그루폰의 이상한 사업모델에 대해 이미 감독기관은 물론 투자자들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미 금융당국은 그루폰에 '거래액'이 아닌 '수수료'만 매출로 잡으라고 회계기준 변경을 지시했고, 한때 300억달러까지 치솟았던 밸류에이션은 1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수료 등 수익구조만 본다면 오히려 더 심각한 수준이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 그루폰코리아 등 국내 4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거래액과 평균 판매단가 등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며 '내가 제일 잘 나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매출액(수수료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이익이 얼마인지 공개하는 기업은 없다. 이에 대해 질문하면 "경쟁사가 공개하면 나도 하겠다"는 답이 돌아온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매출과 수익구조를 숨기는데 합의한 이유는 구조가 지극히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롯데리아, 버거킹 등 '반값 판매'가 큰 이슈를 만들어내며 소셜커머스 열풍에 기여했던 주요 상품들의 경우 실상은 '매출'이 아니라 '비용'에 불과하다. 1만원짜리 상품을 제값 주고 사서 5천원에 판매하는, 소위 마케팅행사였던 것이다.

업체들의 기존 주장대로 '거래액'을 매출로 잡는다면 수익구조와 상관없이 하루에 1억원어치를 팔면 매출액이 1억원 증가하게 되겠지만, 수수료만 수익으로 인식한다면 매출액은 없고 비용만 남는 셈이다.

해외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탐냈던 건 이익은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액을 단기간에 끌어올릴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루폰이 한국에 그루폰코리아를 설립할때만 해도 거래액을 매출로 잡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거래액이 급성장하는 한국시장에서 출혈을 무릅썼지만,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면서 외형 성장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의 소셜커머스 거래의 평균 수수료율은 20~30%대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루폰의 미국내 거래시 수수료율인 40~50%대에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외형'이 아닌 수수료 수입으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반면 티켓몬스터는 절묘한 타이밍에 기업을 매각했다. 티켓몬스터는 거래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 세계 2위 업체인 리빙소셜에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매각했고 그 직후에 그루폰의 회계기준 변경 악재가 터졌다.

그렇다면 TV광고 등에 쏟아 붓는 자금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현금 돌려막기'로 연명중"이라고 말했다.

한 음식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1억원어치 팔았다면 소셜커머스 업체는 환불 가능한 시점이 지나서 절반 가량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대개 1~3개월 가량인 쿠폰 사용기간이 끝난 후 지급한다. 고객불만으로 인한 환불은 음식점에 부담시킨다.

과거 대기업들이 하청업체에 어음을 끊어주는 방법과 유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곧장 입금한 돈을 납품업체에는 늦게 주면서 잠시 보관하게된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시아웃'에 제동이 걸린 업체들은 신규자금 유입 없이 '현금 돌려막기'가 막히게 되면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메프의 경우 허민 대표가 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이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매출액이나 재무상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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