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보험, 따져보니…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1.10.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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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가족의 좌충우돌 재테크] 월 5만원 납입, 사망보험금 겨우 300만원

편집자주 <머니가족을 소개합니다> 머니가족은 50대초반의 나머니 씨 가족이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 겪을 수 있는 경제이야기를 알기 쉽게 전하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입니다. 머니가족은 50대에 들어선 가장 나머니 씨(52세)와 알뜰주부 대표격인 아내 오알뜰 씨(49세), 사회초년생인 장녀 나신상 씨(27세), 대학생인 아들 나정보 씨(24세)입니다. 그리고 나씨의 어머니 엄청나 씨(75세)와 미혼인 막내 동생 나신용 씨(38세)도 함께 삽니다. 머니가족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올바른 상식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재테크방법, 주의사항 등 재미있는 금융생활을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아버님 그냥 해약하세요. 설마 자식들이 그 돈 없어서 고생할까봐 그러셨어요?"

나머니씨는 장인어른이 몇 달 전 실버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최근 알았다. "아니 나는 보험금을 탈 수도 있고 만기가 되면 들어간 돈을 그냥 찾아도 된다고 해서…" 장인어른은 장모님 것도 함께 가입했다.

가입한 보험은 다른 혜택 없이 사망하면 300만원을 받는 것이다. 두 분이 매달 내는 보험료는 10만원 남짓이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에게는 큰돈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따져 보험에 들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한다. 나머니씨의 장인어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씨의 아내 오알뜰씨에게는 형편이 그리 나쁘지 않은 형제자매들이 여럿이 있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돈 300만원이 없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할 정도가 전혀 아니란 의미다.

오히려 한 달에 적지 않은 돈을 꼬박꼬박 보험료로 내느니 살아계실 때 용돈을 조금이라도 더 풍족하게 쓰시는 편이 낫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보험, 따져보니…


이처럼 목적에 맞게, 필요성을 분명히 알고 보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실버보험은 어쩔 수 없는 때에만 가입해야 한다. 비교적 가입이 쉬운 대신 보장내용에 비해 보험료가 가장 비싼 편이다. 물론 같은 조건이면 값이 쌀수록 좋다. 한마디로 다른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때에만 가입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험사가 가입을 받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따져봐야 하는 셈이다.



◇"나이대에 맞는 위험부터 생각"=전문가들은 먼저 나이에 맞춰 위험을 생각하고 그에 따른 보험 상품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사회초년생인 나신상씨 같은 20대는 아직 건강위험이나 유족위험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목돈마련과 노후자금을 위한 정기적금, 연금저축 등을 생각해야 한다.

30대~40대는 한창 자녀를 키울 때다. 내 집 마련과 자녀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 노후자금을 위한 저축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장은 조기 사망을 대비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40대 이후부터는 서서히 건강보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머니씨 같은 50대는 은퇴를 준비할 시기다. 돈 벌 기간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노후자금을 위해 저축하는 게 급하다.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다. 자칫 더 늦어지면 보험가입이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0대 이후는 사실 보험이 대부분 끝났다고 보면 된다. 정기적으로 갱신되는 건강보험에 여전히 보험료가 들어가는 정도다.

◇상품별로 이건 꼭 체크하기=보험 상품 유형별로 꼭 알아둬야 할 기본적인 선택 기준도 있다. 우선 노후보장을 위한 저축상품은 원칙적으로 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환금성을 위해 예·적금의 비중을 최소한 1/3 이상을 유지하는 게 안전하다.

소득공제 효과를 따지면 고소득자는 연금저축, 저소득자는 연금보험이 유리하다. 물론 연금보험 가입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평균수명이 증가할수록 연금액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사망했을 때 유족을 위한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은 자녀들이 태어나는 30대에 가입하는 게 적당하다. 50대가 되면 유족의 생계위험은 줄어들지만 보험료가 비싸 효과가 적다.

비흡연자로서 혈압이 정상이고 보통의 체격만 갖췄다면 건강체 할인특약을 신청하는 것도 괜찮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보험료를 남자 기준으로 종신보험 약 12%, 정기보험 약 28% 정도를 할인해주고 있다. 혹시 상속세를 절감할 목적으로 종신보험에 드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종신보험의 사업비율이 보통 20~3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인의 경우에는 별로 이득이 없는 탓이다.

마지막으로 건강보장을 위한 보험 상품은 40대 이후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일찍 가입하면 보험료가 싸지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젊었을 때는 병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아 대부분 보험료만 낭비하기 십상이다.

아울러 환급형보다는 순수보장형을 선택한다. 먼 미래에 가계에 보탬이 되지도 못할 수준의 환급금을 받기 위해 지금 가계에 부담이 되는 보험료를 지출할 필요가 없다. 물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기 전 현재 가입돼 있는 모든 보험 증권을 꺼내 중복가입부터 확인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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